“전화가 쉴 틈이 없네요. 24시간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도중에도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요즘 24시간 쉴틈이 없다. 일본 원전 사태 이후 국민에 퍼진 불안감이 고스란히 이곳으로 모이고 있다.
특히 한ㆍ일을 오가는 인원이 급증하면서 한국원자력의학원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철저한 검사와 대비야 말할 나위 없지만, 자칫 과도한 공포심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일본에서 귀국했는데 가족에게 방사능 물질이 전파될 것 같다, 요오드화칼륨을 구입하고 싶다는 등의 전화가 주를 이룬다. 24시간 비상근무 중인데 새벽에도 전화가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원전 사태 이후 하루에도 기업인 출장자, 주재원, 기자들까지 30~40명씩 검사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나 도쿄 등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공항 검사 이후 추가 검사를 원하거나 입국 시 방사선 검사를 받지 않은 이들이 주를 이룬다.
이효탁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교수는 “방사선 측정기 검사, 혈액검사, 유전자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혈액검사가 통상 500mSv(밀리시버트) 이상 노출된 이들에게 실시하기 때문에 대부분 측정기 검사만 실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포공항 방사선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이미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정흠수 팀장은 “의학원 내 의료인력이 본인 업무를 진행하면서 남은 시간에 팀을 짜 12시간씩 교대로 김포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 파견 중인 한국 구조대원도 입국하게 되면 이곳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정 팀장은 “현재까지 구조대원의 건강상태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자세한 건 검사해야 알 수 있다”며 “500mSv 이상 노출될 때 혈구수의 변화가 오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칫 과도한 공포심이 왜곡된 정보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이 교수는 “과학적으로 1000mSv를 한 번에 쐴 때 발열,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2000mSv 수준도 임상치료를 권유하지 않는다”며 “일본 원전 폭발 이후 원전 주변에서 300~400mSv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에 직접 출입한 인원이 아닌 한 방사능 오염을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 팀장도 “현 방사선 수치에서 일반인이 타인에게 전파될 수준의 방사능 오염을 받았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체 형태로 농축된 방사능 물질을 복용하지 않는 한 타인에게 전파될 수준의 방사선이 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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