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미국의 대북식량지원 움직임과는 별도로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 실사단이 이번주 말 북한에 대한 식량평가 보고서를 발표할 경우 이에 맞춰 식량과 의약품을 포함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 여부를 본격 검토키로 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들은 “국제기구 실사단의 평가보고서가 나올 경우 미국만이 지원을 검토하는게 아니라 정부로서도 영ㆍ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그동안 보류해온 대북 지원사업을 조심스럽게 다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지원보다는 구체적인 지원품목과 방식에 대해 미국과 협의를 거친 뒤 역할분담을 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정치적 의미를 갖는 10만t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미 정부가 국제기구 실사단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내부 검토에 시간이 걸리는 미국보다 우리 정부의 지원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원품목과 관련해 북한의 취약계층을 겨냥해 옥수수와 콩 등을 중심으로 수만t의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정부는 북측에 옥수수 1만t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이 터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정부의 또 다른 소식통은 “군사용으로 전용되기 쉬운 쌀보다는 옥수수와 콩 등이 선호된다”며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정치적 의미를 갖는 10만t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수만t선에서 식량 지원이 검토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식량지원을 결정할 경우 행정비용 등을 감안해 국제기구보다는 국내 비정부기구(NG0)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식량지원과 함께 NGO 직원들을 북한에 보내 분배의 투명성을 점검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역시 북한의 식량 분배에 대해 엄격한 감시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 하에 지난 2009년 4월 미국 식량지원단 추방 당시 남겨졌던 식량 2만1000t의 임의 전용문제에 대해 북한의 소명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