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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은 선풍기·탈…소소함을 보듬은 ‘작가의 시선’
사진작가 구본창 초대전



자신을 둘러싼 소소하면서도 클래식한 것들의 미감을 ‘남다른 눈’으로 사진에 담아온 구본창(58)이 개인전을 연다. 

작가 구본창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3월 24일부터 4월 30일까지 구본창을 초대해 작품전을 개최한다. 구본창이 5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는 이전 전시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30여년을 회고하는, 일종의 회고전처럼 꾸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만 쭈욱 내걸지 않고, 구본창의 작업실에 있던 작은 오브제들을 끌고나와 함께 전시했다. 이들 오브제는 그의 작업이 어떠한 컨텍스트에서 탄생됐는지 살피게 한다.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짜여졌다. 첫 섹션에는 작가가 유년 시절부터 모아온 여러 오브제들이 모였다. 청자항아리, 선풍기, 외국잡지, 그리고 어린 구본창을 사로잡았던 김찬삼 교수의 ‘세계무전여행기’ 등…. 지극히 내밀한 이 컬렉션은 구본창의 작업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해보게 하는 열쇠다. 또 커다란 테이블에는 각종 오브제가 프레임, 본, 박스로 분류돼 놓여졌다. 이 역시 구본창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것들이다.

수백개의 크고 작은 소소한 물건들이 널려 있는 그의 작업실은 르네상스 시대의 ‘호기심의 방(cabinet de curiosite)’을 방불케 한다. 구본창은 정서와 혼이 담긴 눈으로 이 사소한 삶의 편린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들에 ‘숨결’과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다.

두번째 섹션에선 아직 발표된 적이 없는 1980년대 작가의 독일 유학시절 작업과, 귀국 후 작업했던 일련의 작품이 모였다. 유학시절 여행을 하며 찍었던 스냅사진, 88서울올림픽 전후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이미지들은 프로젝션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프랑스 기메박물관의 조선의 탈을 찍은 구본창의 ‘MGM 07’                                                  [사진제공=국제갤러리]
2층에 꾸며진 세번째 섹션에는 구본창이 지인 등의 컬렉션을 소재로 찍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소장품인 백자 달항아리, 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의 백자 컬렉션, 프랑스 기메박물관의 조선 탈 컬렉션, 동경 민예관의 야나기 무네요시 곱돌 컬렉션과 한 문화재 애호가의 문방구 컬렉션을 찍은 사진들로, 조선의 미감을 깊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

전시를 큐레이팅한 김성원(서울산업대 교수) 씨는 “구본창의 수집품과 그가 찍은 다른 사람들의 컬렉션은 작가의 ‘숨겨진 눈’과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그의 ‘카메라의 눈’ 사이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감상자는 한 인간이자 작가이기도 한 구본창의 삶과 작업의 세련되고 정제된 조화, 지속적인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람들이 훌쩍 지나치기 십상인 낡고 소소한 소재들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일상에서 빛나는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아름답고 섬세하게 담아낸 구본창의 작품은 담담하고 조촐하지만 뭇사람의 마음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삶이란, 그리고 추억이란 이렇듯 아름다운 것이라 속삭이며. (02)735-8449 

이영란 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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