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몇 마리 때문에 시장은 흐려진다”
시장이 온전히 깨끗할 수는 없다. 항상 물 밑에는 뻘이 섞여 있다. 그러나 평시에는 뻘이 물과 섞이지 않는다. 다만 미꾸라지 몇 마리가 휘집고 돌아다니면, 뻘이 슬금슬금 물 위로 올라온다.
이후에는 물 전체가 흐려져 건강한 물고기도, 성장하는 물고기도 모두 미꾸라지처럼 트러블 메이커로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를 보면 이런 모습이 연출된다.
특히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들이 자주 트러블 메이커로 등장한다.
상장사라면 너무 당연한 공시의 의무 조차 져버리는 일들이 즐비하다.
싱가포르 증시에 원주가, 국내 증시에는 예탁증서(DR)가 상장돼 있는 중국고섬(950070)이 그렇고, 연합과기(900030)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중국원양자원(900050), 차이나하오란(900090) 등 ‘900’으로 시작되는 중국 기업들도 상장 후 국내 증시에서 이슈가 되고있다.
이들 기업 문제의 핵심은 바로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바로 대처를 해 투자자들에게 이해를 시켜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전무하다.
중국기업들의 IR을 담당하는 기업이나 법률 자문을 해주는 법무법인 조차 국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상호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해외 기업들을 대거 국내 증시로 유치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지, 이들 기업들이 국내 투자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는 미흡했다.
IR을 한다고 하지만, 각 기업의 좋은 일만 알려주는데 급급했다.
중국고섬의 경우는 거래정지되기 며칠 전 국내 자산운용사 매니저들을 중국 현지법인으로 초청해 현지 IR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당연히 중국고섬의 미래 성장성만이 부각됐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국내로 돌아온 뒤 투자를 집행해 현재 상당한 투자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장사들은 ‘차이나 디스카운트’ 등을 언급하며, 국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괜한 오해를 받으며,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다만 상장사 투자의 핵심은 ‘투명성’이라는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개인회사일 때와 달리 상장사가 됐다면, 모든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개인 최대주주의 회사가 아니라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회사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