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난 30일 이른바 ‘장수 필두론’을 들고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직후 해당지역인 성남시 분당을(乙)을 찾았다. 지하철 정자역 2번 출구 근처 금곡교에서 만난 주부 이모(42ㆍ정자1동) 씨는 ‘손학규 대표가 출마한다는데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듣던 이어폰을 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손학규씨가 분당에 다른 연고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정자동, 금곡동, 구미동 등이 포함된 분당을의 지역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아직 손 대표의 출마 소식을 잘 모르고 있었고, 손 대표를 낯설어하는 모습이었다.
분당 지역은 고령층 거주민들이 많고, 서울 강남권 주민들이 대거 이주해 온 곳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우세 지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강남출신 주민들이 다시 본지역으로 ‘유(U)턴’하는 비율이 증가했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강남좌파’에서 따온 ‘분당좌파’란 용어까지 등장, 좌쪽으로의 표심 이동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분당구에서 한나라당 후보(50.6%)와 민주당 후보(44.5%)의 격차가 6% 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따라서 야당에서는 손 대표가 정권심판론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진보적 성향의 표심이 움직이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에 대한 정서적 반감도 적지 않았다. 정자동 계원예술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강모(65) 할머니는 “손학규씨는 경기지사 시절 모란시장(성남동)에서 봤을 땐 좋아했는데 그 후로 당을 옮겨서 거리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가 “철새 아니냐”고도 했다. 금곡동 미금역 사거리 ‘P’ 커피전문점 앞에서 만난 유모(53ㆍ자영업)씨도 “친구들끼리 손학규씨는 정치인으로서 지조(志操)를 지키지 못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후보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를 거론하면서 “차라리 정운찬씨가 학자 출신이고, 더 이미지가 좋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인근 ‘ㅊ’ 아파트 앞에서 만난 이모(49ㆍ회사원) 씨는 “임태희(현 청와대 비서실장ㆍ전 지역구 의원)씨가 미금역을 신분당선 정차역으로 만들어서 (한나라당이) 민심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분당을 지역에서 만난 총 15명의 주민들에게 ‘손학규-정운찬’의 가상대결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는 7명의 응답자가 정 전 총리를, 5명이 손 전 대표를 각각 지지하겠다고 답했고 3명이 답변을 거부했다.
성남=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