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여권의 차기 대선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국이 혼미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영남권의 여야 관료출신ㆍ중진 의원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정파간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지만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ㆍ국익과 리더십ㆍ정권마다 남발 되는 대선공약과 국민적 신뢰 붕괴 사이에서 여러 고민도 묻어났다. 특히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이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경제적 실익과 국익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목을 끌었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의 민주당 강봉균 의원(전북 군산시)은 경제관료 출신 답게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제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공항은 정부가 만들지만 비행기는 손님이 없으면 안 뜬다”며 “선후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이 개발되고 수요만 생기면 항공사가 먼저 찾아와 활주로 건설을 요청할 것인 만큼 대규모 국책사업에 정치 논리부터 배제돼야 한다는 논리다.
건설교통부장관 출신의 같은 당 이용섭 의원(광주 광산구을)은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데 김포공항에서 연계해 가거나 KTX로 가라면 국제적인 투자나 세계적인 연예인ㆍ운동선수가 오질 않는다”며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7선 원로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비례대표)은 여권 내의 자중지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조 의원은 “국가나 정치권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형식논리는 맞지만 그런 논리라면 이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 포기는 왜 아무 이야기가 없었느냐”며 “집권여당 일원이고 유력한 대선주자인 만큼 공동책임을 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영남권 의원들에게도 조 의원은 “우리 정치인들이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한다”며 “지역정서에서 나온 배신감은 이해는 가지만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를 넘어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친이계 중진들의 반응은 불쾌감을 넘어 분노가 뚜렷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부산 남구을)는 “공약이 잘못됐다면 바로잡는 게 진정한 애국이자 용기”라고 말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서울 서대문구을)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국가 지도자로선 함량 부족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신공항 백지화로 여권의 근간이 흔들리는 속에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야속하다는 얘기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