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 방호약품 추가 구매를 두고 관계기관의 고민이 늘고 있다. 특히 세슘 오염 방호약품인 프러시안블루를 현재 230명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 보유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후 치료제라는 프러시안블루의 특성과 국제기준에 부합해 충분히 보유분을 확보한 상태. 유효기간이 지나면 모두 폐기처분해야 하는 만큼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 보유분을 늘려야 하나, 얼마나 늘려야 하나, 관계기관의 고심도 늘고 있다.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의 치료제로는 각각 안정화요오드(KI), 프러시안블루가 쓰인다. KI는 방사성 요오드를 직접 흡입하기 전 투여하는 약품이며, 프러시안블루는 정밀검사 결과 세슘의 오염이 판단될 경우 환자에게 투여하는 ‘사후 약품’이다. 현재 KI는 원전지역 인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총 12만5766명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및 비상진료기관에서 6851명분을 보유 중이다.
논란은 세슘 치료제인 프러시안블루다. 현재 보유량은 비상진료센터 및 비상기관 등에서 총 230명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KI와 프러시안블루의 특성 및 사용빈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에 따르면, 프러시안블루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제시한 ‘원자력 및 방사선 사고등급’ 중 5단계인 ‘브라질 고이아니아’ 사고를 기준으로 구축됐다.
이는 5단계에 해당되는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결과다. 당시 세슘으로 129명이 오염됐고 46명이 프러시안블루를 투여받았다. 비상진료센터 관계자는 “5단계급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유량을 갖췄기 때문에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현 상황은 5단계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KI는 예방형이기 때문에 프러시안블루 보유분과 큰 격차를 보이게 된다.
과학적이나 국제기준으로 프러시안블루를 추가 구매할 이유가 없지만, 국민의 불안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프러시안블루 추가 구매를 검토 중”이라며 “구매량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프러시안블루는 30정이 1인분이며 28~30일가량 투여하게 된다. 1정이 약 1만원으로 1인분에 3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유효기간은 5년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5년 뒤 폐기처분해야 한다. 하루에 1정씩 투약하고 사후 조치하기 때문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만에 하나 보유분이 부족하면 30정을 개인별로 나눠 우선 공급한 뒤 추가 구매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