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 방사성 요오드, 세슘에 이어 ‘방사성 은(銀)’이 새롭게 국내에서 검출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늘고 있다. 방사성 핵종은 무려 200여종이 달하기 때문에 향후 새로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과학계는 생소한 방사성 핵종이 나오더라도 검출량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공포심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에 국내 과학기술계 석학의 대표기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하 한림원)도 전면에 나서며 비상식적인 공포심을 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4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전국 12개 지방측정소에서 대기부유진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대전과 대구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은이 검출됐다. 제논, 방사성 요오드 세슘 외에 방사성 은이 검출된 건 처음이다. KINS측은 “인체에 거의 영향이 없는 극미량의 수준으로, X선 촬영 때 받는 양의 370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방사성 은은 원자로 제어봉에 사용된 안정상태의 일반 은이 변형된 방사성 물질로, 반감기가 약 250일이다. KINS측은 “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나타나는 핵종으로 후쿠시마 원전 노심 용융과정에서 내부 제어봉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소 주춤세를 보이던 방사성 요오드는 다시 전국 11개 측정소에서 고루 발견됐다. 모두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며,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방사성 물질 영향권에 들어가 있어 추가로 새로운 핵종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고, 하루 단위로 검출량이 계속 증가ㆍ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계는 현재 검출된 방사성 물질 수준이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한림원 역시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방사능 공포,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건강, 대기,식품,수질 등에서 현재 방사능 물질의 검출 정도가 과학적으로 인체에 해를 가할 수 없는 수준이며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향후 정부는 철저한 감시와 함께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모든 측정자료를 숨김없이 신속, 정확하게 공표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한림원은 1994년 조완규 박사를 초대원장으로 선임하며 출범한 국내 과학기술계 석학의 대표기관이다. 정규회원, 협력회원, 외국인회원 등으로 구분되며 대내외적으로 학문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석학들이다.
한림원이 과학 이슈에 단체 명의로 공식적인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한림원측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공포심과 불신이 국민 사이에 퍼지고 있어 내부회의를 거쳐 성명서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한림원은 “국내에서 측정된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 수준이 인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없다. 식약청에서 확인한 일본 식품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나 대기를 타고 국내에 영향을 끼칠 방사성 물질 역시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원전사고를 교훈 삼아 국내 원전의 안전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꾸준히 방사성 물질 측정을 계속해야 한다”며 “모든 측정 자료를 투명하게 공표해 불필요한 오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선 영향 평가를 위해 국내 방사선 전문가인 김창규 KINS 책임연구원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교과부가 일본 원전사고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IAEA에 전문가 파견 의사를 밝힌 후 이를 IAEA가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김 연구원은 향후 2주간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 영향 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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