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정부’의 과욕과 정책 혼선으로 ‘MB노믹스(이명박정부 경제학)’가 산으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규제 최소화와 감세, 시장자율과 경쟁 기조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해온 MB노믹스는 집권 후반기 공정사회를 등에 업고 압수 수색과 담합 조사, 시장 가격 개입, 고강도 세무조사 등 ‘기업 때리기’로 돌변, 재계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정유사 성의 표시’ 압박, 묘한 시점에 이뤄지고 있는 삼성 핵심 계열사 세무조사 등이 꼬리를 물면서 MB노믹스의 정체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MB노믹스의 이 같은 갈짓자(之) 행보의 원인으로, 성장부터 민생까지 한꺼번에 성과를 내려는 정책 과잉과 조급증, 일관성과 우선순위를 잃어버린 정책 혼선을 꼽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이념도 뚜렷하지 않고, 정책 실현을 위한 치밀한 전략도 없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도 없다”면서 “이 때문에 좌파뿐 아니라 우파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MB노믹스의 핵심 입안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따뜻한 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일관되게 ‘트리클다운(Trickle Downㆍ아랫목을 데워 윗목을 덥히는 효과)’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랫목과 윗목 모두로부터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경제부처장의 ‘즉흥’ 발언도 MB노믹스의 혼선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 대통령은 한편에선 “정부가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살펴보겠다”고 했다가, 또 다른 쪽에서는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라는 모순 형용을 자주 드러냈다.
최중경 장관 역시 반시장주의라는 이유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더니 채 한 달도 안 돼 “정유사들이 성의표시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시장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제일 경계하는 것이 정책 불확실성”이라며 “기업을 들었다 놨다 하는 MB노믹스의 럭비공 행보에 기업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