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내놓은 석유가격 안정화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대책은 석유제품 거래 온라인 시장 및 선물시장 개설, 다른 정유사 제품 또는 혼합제품 판매를 허용하고 한국석유공사를 도매업에 진출시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과거 흐지부지했던 정책의 재탕 삼탕이 많은 데다 실제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언급에 따라 정부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며 기름값 잡기에 나섰지만 국민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시장 투명성 제고와 경쟁 촉진, 소비자 선택 폭 확대를 통해 유가 하향 안정을 유도하는 데 대책의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의도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가령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와 선물시장 개설은 이전에도 두 차례 추진하다 중단했다. 공급자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번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자가 나설 수 있게 세제와 금융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또 폴 사인에 관계없이 석유제품을 혼합 판매한다지만 업계의 반발과 고착화된 정유사-주유소 간 수직구조를 깨는 일이 쉽지 않다. 저가 폴 주유소 협의체 구성도 참여 대상 업체가 극소수여서 실제 추진을 장담키 어렵다. 역시 정부 의지가 관건이다.
기름값은 불합리한 가격구조를 개선하거나 유류세를 낮춰야 내릴 수 있다. 이번 전문가들이 참여한 유가 TF팀이 정유사의 가격 비대칭성을 찾아냈다면 그것은 바로 가격구조가 불합리하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원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 석유가를 급히 올려도 내릴 때는 늦게, 그것도 조금 내리는 구조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 이런 가격구조를 개선한 뒤 그래도 국내 석유가가 높은 수준일 경우 세율 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올 들어 지난 석 달간 석유 관련 세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이 더 걷혔다. 연말까지 4조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것만 풀어도 상당 폭 인하가 가능하다.
세수가 줄면 국가 재정에 타격이 올 것이다. 이를 일정 부분 감수하더라도 물가 안정이 시급한 때다. 정부도 함께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이다. SK에너지를 필두로 국내 정유 4대 메이저사가 한시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일제히 ℓ당 100원씩 내렸다. 현재 3개월 예정이지만 왜 그 뒤는 안 되는지도 분명히 따져두고, 가격 감시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