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ㆍ중ㆍ러 등 주변 당사국과 공동 모니터링이라는 새 카드로 방사능 누출 관련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일본 압박에 나섰다.
자국 원전 기술 및 취약점 노출을 우려해 대형 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문가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일본이 더 이상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7일 정부는 총리실 주관으로 외교통상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모여 방사능 오염수 관련 TF 회의를 개최하고 공동 모니터링 제안을 구체화 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어설픈 대처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의 대기와 바다까지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한ㆍ중ㆍ러 공동 모니터링 제안에는 일본의 부실한 정보 재공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일본 외무성에 보낸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주한 일본대사 관계자를 외교부로 초치,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과 일본의 사전정보 제공 미흡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또 이 자리에서 “ 일본측을 지원하고 협조하는 차원에서 모니터링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길이 없는 지를 검토해보자”며 이미 공동 작업을 펼치고 있는 미국, 프랑스는 물론, 우리와 중국, 러시아 등도 전문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자국 기술이 조사 과정에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외교부로 초치된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위험한 지역에 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일반적 차원의 협조라면 본부에 건의하겠다”며 공동 모니터링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을 운용하면서 국제 기구가 정한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던 점이 외국 전문가 접근을 제한하는 또 다른 배경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나타난 것 처럼 적정치 이상의 폐 연료봉을 원전 안에 방치하는 등 원전 운영 과정에서 과실도 많았을 것”이라며 “경수로 원전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고, 또 핵 재처리 시설까지 운영하는 일본에게 우리의 공동 모니터링 제안은 쉽게 받아드리기 힘든 치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