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공장 준공 의미는 각별하다. 연간 10만대, 4년 후 50만대분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함으로써 우리 부품ㆍ소재 산업의 지평을 세계 일류로 넓혔다. 미국과 일본 등 자동차 강국들은 지금 전기자동차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그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지금의 1조원에서 5년 내 수십 배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시점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짓고, 세계적 자동차메이커들의 인정을 받은 것은 획기적이다. 이 분야 선도기업의 자리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
LG화학의 이런 낭보는 구본무 그룹 회장의 ‘인내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구 회장은 1992년 유럽 출장 중 2차전지를 처음 접하면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순간 파악, 연구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2000억원 이상 투입하고도 실패가 거듭되자 “가망이 없으니 접자”는 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구 회장은 길게 보고 연구진을 독려, 20년 만에 빛을 본 것이다.
오창공장 준공은 미래 성장산업의 발굴에 더 박차를 가하고, 기술개발은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부품·소재 산업이 그렇다. 부품ㆍ소재 관련 수출은 지난해 2293억달러로 10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세계 6위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 분야 대일 무역역조도 크게 줄였다. 정부와 기업의 꾸준한 기술개발 투자의 결과이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그나마 2차전지 분야가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을 뿐이다. 제2, 제3의 2차전지를 육성해야 50년, 100년 뒤를 대비할 수 있다.
부품ㆍ소재 산업의 핵심 역량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더 많다. 이른바 죽기 살기로 뛸 수밖에 없는 벤처기업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력이나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금력 때문에 아까운 기술이 사장되거나 해외로 새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해 지원하고 있으나 더 규모를 늘려야 한다. 대기업들이 이들의 기술을 빼앗아가는 일은 엄정히 감시하고, 대기업에 의한 부품ㆍ소재 분야 핵심기술 보유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장려해야 한다. 그게 동반성장의 지름길이고 성과이익 공유의 첩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