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의 편법 제품가격 인상이 극성이다 못해 얄밉다. 이름을 살짝 바꿔 새 제품인 양 꾸미거나 용량을 줄이는 게 주류다. 성분 한두 가지를 추가해 아예 ‘신제품’이라며 가격을 확 올리기도 한다. 리뉴얼이나 제품 업그레이드 방식의 전형적인 가격 인상 수법이 또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편법 인상을 주도한 업체는 롯데, CJ제일제당, 농심 등 대기업그룹 계열이 대부분이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해야 할 이들이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꼼수나 부리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이런 꼼수 인상은 사실상 소비자 기만이다. 가령 롯데제과 월드콘은 ‘월드콘 XQ’로 이름을 바꿔 가격을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 제품을 고급화했다고 강변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동서식품은 기존 제품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가격은 30% 정도만 내리는 방식을 썼고, 그 반대로 용량은 조금 늘리고 가격은 많이 올린 업체도 있다. 농심은 ‘프리미엄 라면’이라며 가격을 무려 2.3배나 올렸다. 오죽하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식품업체 신제품 출시 과정에 불공정행위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공개 언급까지 했겠는가.
물론 업계 고충도 이해한다. 지난해 말부터 밀가루ㆍ설탕 등 원재료 국제가격이 크게 올라 제품가격 반영이 불가피할지 모른다. 또 신제품 개발을 통한 제품의 다양화는 자연스런 기업 활동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가격 인상 편법으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대기업답지 못한 처사다. 원가 절감 요인을 더 따져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자구노력 없이 소비자와 물가당국을 속일 생각부터 하면 안 된다. 꼭 올려야 한다면 인상 필요성을 당당히 밝히는 게 합리적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3.5%에서 3.9%로 올렸다. 이마저 지금의 물가 상승 추이로 볼 때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IMF는 최소한 4.5%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과 구제역, 일본 원전 사태 등 주변은 물가 상승 요인들로 꽉 차 ‘물가와의 전쟁’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 나만 살겠다고 얄팍한 상술로 국민을 기만한다면 대한민국 대기업 자격이 없다. 공정위는 공언한 대로 불공정행위를 한 식품업체를 찾아내 명단 공개와 함께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