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천 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당내 하향식 공천에서 벗어나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국민경선을 벌여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을 하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도입이 핵심이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공천개혁특위가 마련한 개혁안을 채택하려다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이날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되 완전 국민경선제와 제한적 국민경선제 가운데 택일할 계획이었으나 4·27 재보선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의원의 55%가 국민경선 도입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로 미루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당원과 국민선거인단 혼합 투표를 하는 제한적 국민경선제 지지 의원까지 포함하면 상향식 공천 찬성이 압도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최근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이 같은 날 경선을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투·개표 등 선거관리를 대신 해주고 그 비용도 국가예산으로 지원한다. 대통령 선거는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당이 모두 참여하는 경우에만 국민경선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이미 자체 공천개혁방안의 하나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양대 선거에서 실시 가능성을 한층 밝게 해준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 누구나 각 정당의 후보 경선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후보자를 뽑기 때문에 후보 공천권을 민주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제도이다. 예비선거 유권자 숫자가 많아 매수하기 어려우므로 부정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국민과 정당 간 거리를 좁히고 정치 불신을 덜기 위해서라도 실시해볼 만하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오픈 프라이머리에도 경계해야 할 요인이 있다. 서로 다른 날 선거할 경우 지지하지도 않는 정당 경선에 참여해 약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역선택을 방지해야 한다. 선관위가 모든 정당이 같은 날 경선을 치를 것을 제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에게 투표권을 주는 건 정당정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지역별 정당 지지도 차이가 현저한 정치 풍토를 감안할 때 오픈 프라이머리가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야가 공천 개혁 차원에서 합의를 이루어 내년 선거부터 반드시 채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