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산 물품 수입금지’ 행정명령
북한산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미국의 새 행정명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못박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ㆍ미 FTA 협상 쟁점 중 하나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20일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으로부터 수입을 언급한 것은 엄청난 물량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무기수출통제법(AECA)에 따른 기존 제재의 연장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북한산 제품의 수입을 원천 금지시킨 새 행정명령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으로부터 약 9000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실제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별도의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은 한ㆍ미 FTA를 염두에 둔 조치로 분석했다.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특혜를 받으며 입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ㆍ미 FTA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우려를 원천 해소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일 의회에서 “한ㆍ미 FTA가 체결되더라도 북한 영토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국에 분명히 밝혔다”며 “이번 행정명령은 이런 미 행정부의 의지를 확인시켜준 문서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이 개성공단에 대한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 강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한ㆍ미 FTA 협상 과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고, 결국 최종 협상에서 ‘한반도 역외 가공지역 규정’을 만들어 그 가능성을 높였다.
FTA 발효 직후 양국의 별도 위원회 구성을 통해 제3국에 있는 한국 공단 또는 한국 기업이 한국산 원자재를 60% 이상 사용해 만든 제품도 한국산으로 보고 관세 특혜를 부여하며, 개성공단 역시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ㆍ미 FTA 타결 직후 이 규정 확보를 언급하며 개성공단 관련 성과로 홍보하기도 했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낮은 실효성에도 불구하고 새 행정명령을 공포한 것은 개성공단을 겨냥한 선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choi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