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 소비자 부담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나라 약은 대부분 특허기간이 만료된 복제약들이다. 그런데도 주요 80개 성분 기준 국내 복제약 값은 신약 대비 73% 선이다. 30% 선인 독일 영국 일본 등에 비하면 엄청난 폭리다. 미국은 10%대에 그친다. 제반 비용을 아무리 넉넉히 쳐도 지금보다 20%는 가격을 내려도 무방할 듯하다. 특히 약값을 5%만 인하해도 연간 5000억원의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정부의 강력한 약값 지도가 절실하다.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오리지널 신약과 달리 복제약은 단순 생산시설만 갖추면 돼 마진 폭이 80%나 된다. 등록된 제약사가 250개가 넘을 정도로 난립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렇다면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제약 시장에선 이런 경제 원리가 통하지 않는다. 제품 선택권이 소비자인 환자가 아닌 처방권을 쥔 의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이 목줄을 쥔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제약업계도 당연히 시장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독일을 비롯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는 ‘참조 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동일 성분이나 효능을 지닌 약품은 최저 가격 또는 평균 가격만 의료보험에서 지급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다. 얼핏 환자가 불리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소비자 저항을 우려해 의사들이 섣불리 비싼 약을 처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에 거품이 낀 제품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구조다. 우리의 경우 성분이 같은 복제약이 제조사에 따라 최고 10배 이상 값 차이가 난다. 의사가 비싼 약을 처방해도 내용을 모르는 환자는 그냥 따를 수밖에 없다. 비뚤어진 약값 구조 개선을 위해 우리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는 제도다.
최근 검찰과 경찰을 비롯 국세청 등 관계기관까지 나서 대대적인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에 착수했다. 제약사들은 통상 마진의 20%를 리베이트 자금으로 뿌리며 그 규모가 2조~3조원에 이른다. 이게 다 소비자 주머니와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간 돈이다. 검은 관행의 뿌리가 좀처럼 뽑히지 않는 것은 관계당국의 눈감기와 미약한 처벌 탓이 크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문을 닫게 하고, 받은 의사와 병원은 면허 취소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