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 기기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ㆍ아이패드의 외관 디자인과 사용자이용환경(UI) 등을 베꼈다며 최근 16건의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삼성전자 역시 통신기술 특허 침해를 이유로 맞제소를 결정했다고 한다.
애플의 의도는 분명치 않다. 일단 갤럭시Sㆍ갤럭시탭 등으로 무섭게 추격하는 삼성전자에 스마트 기기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견제구란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 등이 채택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저지하려는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이거나 연간 80억달러를 구매하는 삼성전자 부품의 단가 인하 또는 수입선 교체를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의 ‘도박’으로 평가한다. 애플의 본심이 어떠하든 패자는 막대한 금전적 피해보상과 회사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고, 승자 또한 경영 혼란 등으로 상처뿐인 영광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신중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떳떳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애플이 삼성전자 매출의 4%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라 해서 순순히 응한다면 애플의 흠집내기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 애플은 이미 노키아, HTC, 모토로라 등과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고 지난달 스티브 잡스 CEO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모방꾼(copycat)으로 폄하한 바 있다. 오히려 애플의 기술적 허점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동통신 관련기술 등 미국 내 특허등록 건수가 IBM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애플은 삼성과 LG가 먼저 내놓은 F700 프라다폰 등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삼성은 모든 제품군의 중간시장에 진입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만큼 시장 주도자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애플-삼성의 법적 공방은 ITㆍ조선ㆍ자동차 분야 등의 국내 첨단기업에 특허경영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트레이드 드레서를 포함한 고유한 특허 기술 확보는 물론 보유한 특허가 경쟁업체한테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특허 리스크 최소화 전략이 시급하다. 시장에서 살아남느냐 먹히느냐의 글로벌 주도권 싸움은 특허가 좌우한다는 산업 생태계 특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