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것으로 보이는 한진 텐진호가 사고 발생 지점에서 멈춰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정부 및 외교통상부와 한진해운측에 따르면 한진 텐진호는 소말리아 동쪽 460마일 지점에서 전혀 움직임 없이 멈춰서 있다.
우리시간 새벽 5시 경 비상 신호를 끝으로 한진 텐진호 승선원들과도 연락이 없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한진 텐진호 주변 가까운 곳에 다른 배는 없는 상황”이라며 “피랍인지 다른 문제인지 조차 파악하기 힘든 특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단 정부 및 선사인 한진해운은 한진 텐진호가 연락 두절 직후 구조신호를 보내고 현재까지 통신이 단절된 점 등으로 미뤄 해적이 선박을 점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원들은 배 내부에 피난처인 시타델에서 피신하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이 안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시타델에는 통신장치가 있지만 먼 지역까지는 교신이 안된다”며 “해군 최영함이 현지로 급파된 만큼 조만간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소말리아 해역을 항해하는 다른 나라 군함에도 시타델과 교신할 수 있는 지점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해적에 의해 공격받았더라도 이 배의 규모와 구조 상 해적들이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운행을 시작한 이 배는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해 소형 선박으로 이동하는 해적들이 올라타는 것 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또 최신 상선으로 비상 피난처인 시타델 뿐만 아니라 강력한 물대포, 또 별도의 난간 장치 등이 갖춰져 있다.
이와 관련 선사인 한진해운 측은 텐진호가 해적들에게 완전히 장악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해적에게 공격을 받자 마자 선원들이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게 조치한 뒤 선박내 피난처로 대피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선의 경우 일반 선박보다 내부가 복잡하고 선원들이 숨을 공간이 많은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 시간으로 저녁에 사고가 발생했고, 우리시간 오후가 되야 사고 해역에 해가 뜨는 만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침착한 대응을 당부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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