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았던 한진텐진호가 극적으로 피랍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대비와 당국의 신속한 대응, 인접국과의 긴밀한 협력 등이 3박자로 맞아 떨어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평소에 철저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안전 의식으로 무장했던 한진텐진호의 ‘유비무환’의 자세가 군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효율적으로 맞물리면서 이번 사건을 해적퇴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선사측인 한진해운은 지난 1월 극적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사건을 계기로 국토해양부가 선박설비기준을 강화하자 이에 발맞춰 선박 내에 긴급피난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상당수 선사가 자금 문제를 이유로 설치를 꺼려왔던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또 여기에 해적출몰에 대비한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승선 1주일 전부터 실시했던합동 훈련도 결정적 순간에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결정적으로 한진텐진호 피랍을 막아준 것은 긴급피난처(시타델ㆍcitadel)였다. 박상운(47) 선장과 선원들은 해적의 공격을 받자 매뉴얼에 따라 평소 훈련한 대로 버튼을 눌러 위험신호(SSAS)를 발신하고 엔진을 끈 뒤 전원 긴급피난처로 대피했다. 해적들은 두께 13㎜ 이상의 강철로 된 긴급피난처의 두꺼운 철제문을 뚫지 못했다. 지난 삼호주얼리호 사건 때는 긴급피난처 천장이 해적들에게 3시간만에 뚫렸었다. 이를 계기로 긴급피난처 규정이 강화됐는데, 역설적이게도 삼호주얼리호가 한진텐진호의 피랍위기를 막아준 셈이다.
군과 외교통상부, 국토부 등 관계부처의 침착하고 신속한 대응 역시 한진텐진호 선원들의 안전한 구출에 큰 몫을 했다. 합참은 21일 오전 5시15분께 국토부로부터 한진텐진호의 위험 상황을 접수받고 즉각 아덴만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이와 동시에 연합함대에 요청, 현장으로부터 약 80마일 가량 떨어진 해역에 있던 터키 함정도 함께 기동시켰다. 청해부대는 상황발생 3시간만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터키함정으로부터 ▷한진텐진호가 정지 중이고 ▷갑판은 점등된 상태였으며 ▷외부 인원이 식별되지 않고 ▷배 주변에 해적들의 모선과 자선이 없다는 정찰정보를 제공받고, 오후 5시께 현장에 도착해 7시30분께 선원 20명 전원을 안전하게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해적의 납치기도 14시간만에 모든 상황을 종료, 아덴만여명작전 때까지 6일이나 걸린 삼호주얼리호에 비해 엄청나게 빨랐다. 삼호주얼리호의 경우도 이처럼 선사의 철저한 대비와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맞물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김대우 기자@dewki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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