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외교부 인사파동의 핵심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던 ‘서울고-서울대’ 라인이 반년만에 부활했다.
21일 내정된 ‘4강 대사’중 주일본 대사 이규형 전 러시아대사, 주중국 대사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1차관은 ‘서울고-서울대’ 출신 정통 외교 관료로 이번에 정치인을 밀어내고 입성한 것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한 때 정치인이나 외부 영입 전문 경영인 일색이던 ‘4강 대사’ 중 절반이 외무고시 출신 정통 관료로 교체됐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만큼, 각종 외교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과거 정부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는 대사 인선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대사 인사가 외교부 인사 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주러 대사, 신 전 차관은 모두 서울고- 서울대를 나온 속칭 ‘SS 라인’ 중에서도 핵심 인물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지난해 인사 파동 당시 외교가에서는 외교부를 당시 장관과 학맥이 같은 서울고-서울대 동문(SS 라인)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는 ‘서울 랜드’로 비유하며, 그 폐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새 장관이 부임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사 개혁의 핵심도 이 같은 특정 라인의 인사 독식을 막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올해 인사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과장급 드래프트 제도나 앞으로 실시될 공관장에 대한 다면평가 결과 인사 반영 등이 그 예다.
이같이같은 지적에 대해 외교부 한 관계자는 “외무 고시 특성 상 서울대 같은 특정대학 출신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특정 고교까지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일부러 특정 인맥을 뽑은 것이 아니라, 해당 보직에 적합한 인물을 고르다보니 그 결과로 인맥이 부각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고 이번 인사의 결과를 설명했다.
실제 이 전 주러 대사의 경우 풍부한 중국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인사들과 관계가 깊고, 또 신 전 차관 역시 외교부 내에서도 예전부터 일본통으로 손꼽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