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미국 애플간 특허 침해를 둘러싼 법정싸움이 본격화했다.
애플이 지난 15일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 넥서스S 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모방했다”며 특허권 및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전자도 21일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삼성전자의 통신표준 특허를 침해했다”며 한국, 일본, 독일 등 3개국 법원에 맞제소한 것.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서로 부품을 수급하는 사업 동지이기도 하지만, 이번 맞소송 만큼은 한 치의 양보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1일 애플에 피소된 것에 대해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며 “애플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며 잘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애플의 티머시 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일 “삼성전자의 이동통신 부문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이를 해결하고자 얼마 간 노력한 끝에 법의 판단에 맡기기로 결론 내렸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스마트 기기 제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업체가 이번 소송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견제하고 있음을 표면화하고, 승자를 가리려는 방법의 하나로 법원의 심판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번 맞소송에서 실질적으로 받게 되는 영향은 법원 판결과 다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에 소송으로 대응하긴 했지만, 소송의 초점이 ‘통신표준’과 ‘제품 외형’으로 서로 달라서 승자와 패자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칼럼을 통해 “이번 소송은 삼성에 대한 최상의 칭찬”이라고 말했듯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을 위협할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애플은 상품 외장과 관련된 ‘트레이드 드레스’ 문제를 꺼내들면서 하드웨어에 자신감을 보이던 삼성전자에 디자인이라는 의외의 약점을 들춰냈다. 법원 판단에 관계없이 삼성전자는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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