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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터 전 美 대통령 방북, ‘위기해결사’ 또는 ‘평양 대변인’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 평양 방문길에 오른다. 천안함ㆍ연평도, 그리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가동으로 팽팽해진 한반도 긴장의 끈을 풀 실마리를 찾겠다는게 평양 방문의 목적이다.

카터는 25일 베이징에서 작성한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공식 대화가 중단된 현 시점에서 지역 내 긴장 완화 및 비핵화와 같은 관련 당사국들의 핵심 이슈를 해결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1994년 방북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며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해결했던 그 때 기억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한 카터의 자신감은 평양길에 동행하는 엘더스그룹의 이티사리 전 필란드 대통령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와 신뢰가 필요하다. 남북간 상당 수준의 불신과 의혹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 대립 상황을 방관하다가는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의 필요성은 남북간 모두 공감하고 있고, 카터와 자신의 방북이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표명이다.

카터가 평양에서 가져올 성과물에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핵 개발 포기 및 대남 도발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김정일로부터 받아낸다면 남북대화 및 6자회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주변국들의 기대도 높다.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양제츠 외교부장,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 등 고위 당국자들이 연달아 방북을 하루 앞둔 카터 일행을 만났다.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카터의 방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이 과거 행위는 덮어둔 채 무조건 대화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카터의 입을 통해 되풀이한다면 카터는 ‘평양 대변인’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카터의 방북은 미국이나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무가 아닌, 사적인 활동”이라며 “북한이 기존 입장과는 다른 카드를 내놓지 않는다면, 카터가 발휘할 협상력도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카터 일행의 방북과 25, 26일 서울 - 워싱턴 외교 일정은 공교롭게 겹친다. 워싱턴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국방ㆍ외교 차관보급 2+2회담이,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대표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연달아 만난다. 한반도 대화 국면의 예비 협상, 또는 전초전에서 유리한 국면을 선점하기 위한 한ㆍ미, 북ㆍ중의 신경전 속에서 카터의 방북결과는 다양하게 해석될 전망이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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