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사 봐주기와 민원에 대한 늦장 대처에 대해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감사원은 25일 공개한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서 모 통신사의 집전화 정액요금제 무단가입에 대한 사실조사 착수 등 지도 및 감독의 부적정함을 지적했다.
방통위는 2002년 10월, 모 통신사가 집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정액요금제 상품에 무단가입 시키고 있다는 민원이 발생하자 주의사항과 무단가입 대처요령을 안내하고 소비자의 확인을 촉구하는 민원예보를 발령했다. 또 이듬해는 정액요금제보다 사용량이 적은 사용자들의 요금고지서에 정액요금제 가입사실을 안내하고 정액요금과 실 사용요금의 차액을 비교한 안내문을 발송하도록 하는 행정지도를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통위의 조치에도 해당 통신사의 무단가입 행위가 계속된 것. 방통위는 이에 대한 언론 보도와 소비자 단체의 문제 제기가 계속됐지만 별다른 조사 없이 같은 내용의 행정 지도만 4년간 되풀이했다.
그 결과 2008년까지 13만 건이 넘는 무단가입 행위가 누적됐고, 방통위는 4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즉시 중지 및 4억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무단가입을 통해 피해를 본 소비자에 대한 환불 조치가 재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방통위는 다시 2년이 지난 2010년에야 소비자 단체의 민원을 받아드려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시정을 지시했다.
조사 과정에서 통신사의 자료 삭제를 방치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고객데이터 삭제를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면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따라 통신사업자의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즉시 위 민원내용에 따른 사실조사에 착수하고, 금지행위를 위반하였을 때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여야 했다”며 “그러나 방통위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하고 7개월이 지나서야 사실 조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도 사실조사에 착수하면서 고객데이터 삭제를 중지하도록 명령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유로 즉시 자료보전을 요청하지 않은 채, 조사에 착수한 지 4개월여가 지난 2010년 9월에야 정액요금제 가입자 중 시내외 전화 해지 후 6개월이 지난 가입자 관련 자료를 삭제하지 않도록 보존요청만 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방통위에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고객데이터 삭제로 인하여 이용자의 피해가 발생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기간 고객데이터 삭제를 중지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 등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문제 통신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한편 KT는 지난 2002년 9월 ‘맞춤형 정액제’와 2004년 9월 ‘LM 더블프리’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집전화 고객 수백만명을 몰래 가입시켜 요금을 더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유선전화사업 수익 감소를 줄이기 위해 정액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무리하게 영업 활동을 지시,본인 신청이나 동의 없는 가입이 대거 이뤄졌던 것이다.
KT가 본인 동의 없이 가입시킨 집전화 고객은 2002년 400만명, 2004년 100만명에 달한다. 결국 당국에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았고 신문에 사과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실시한 환급 조치로 이용료를 돌려받은 사람은 32만명에 불과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최정호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