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의 위치 추적 정보를 무단 수집ㆍ저장해왔다는 사실은 세계적 충격이다. 스마트 기기의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e-메일과 일정, 연락처, 사진 및 영상정보, 녹음한 음성정보 등을 활용해 사용자의 과거 행적과 현재 관심사, 미래 일정까지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프라이버시가 발가벗겨졌다는 것이다. 끔찍하다.
애플의 사생활 침해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 미국 수사기관이 이미 지난해부터 위치 정보 저장 내용을 수사에 활용한 점에 비추어 해커 또한 얼마든지 암호화되지 않은 사용자 정보를 상업용이나 범죄에 악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치서비스 기능을 꺼도 위치 정보가 자동 저장된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사실이라면 심각성은 더욱 크다. 애플은 약관 핑계를 대지만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싶다는 뜻이지 위치 정보를 남에게 함부로 알려도 좋다며 약관에 동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애플은 미국 한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등 세계 각국이 요구하는 위치 정보 수집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하루빨리 해명하기 바란다. 애플은 지금까지 세계 88개국에 아이폰 1억800만대, 아이패드 1900만대를 판매했다. 일단 이 사용자들에게 위치 정보 저장 이유와 암호화하지 않은 이유를 대고 사과해야 한다. 애플은 사회 신뢰의 바탕을 흔들어놓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셈이다.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새로운 스마트기로 당장 리콜하거나 상응한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애플의 명성 추락은 물론 법적 소송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국내에도 1000만명이 넘는 스마트 기기 사용자들이 있다. 정부는 이들이 외국 IT 공룡에 의해 ‘전자 족쇄’가 채워지게 내버려둬서는 결코 안 된다. 단말기 내 위치 정보 저장이 국내 사생활 보호 관련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을 철저히 따져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강제 리콜 등 강력한 법적 제재를 취해야 할 것이다. 위치 정보 공유를 사용자가 결정하는 옵트인 방식의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해서도 정보 유출 가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 애플과 국내 판매를 제휴한 KTㆍSKT 등 모바일 사업자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도 소비자 보호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모든 정보를 스마트 기기가 다 알고 있다는 점에 유의, 개인 정보 보호에 각자 주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