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의 고리대금업인 ‘카드론’이 위험수위로 치닫는다. 카드사들의 ‘묻지마 발급’과 지나친 대출경쟁, 저신용자들의 불가피한 ‘돌려막기’가 원인이다. 고금리, 고물가, 취업난 등으로 서민들의 상환능력이 갈수록 떨어져 제2의 카드 대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무소신, 무책임, 무대책 속에 저신용 저소득자들만 부실의 늪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카드사들이 지난해 새로 뿌린 카드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1200만개로 작년 말 전체 카드 수는 1억1600만개에 이른다. 1인당 보유 카드가 4.7개에 이르는 사상 최대치다. 마케팅 강화 명분의 카드 모집인을 6배나 늘리며 과거 대란 때처럼 ‘묻지마 발급’을 반복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7~10등급 저신용자 신규 카드가 전년 대비 62%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돌려막기가 이미 한계에 왔음을 시사한다. 학자금ㆍ전세자금은 물론 생활자금까지 빚내어 빚을 갚는 구조다.
지난해 카드 발급자가 연 15~25%의 고금리로 카드사에서 빌린 돈은 전년보다 42% 증가한 23조9000억원이다.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출잔액 역시 27조9000억원으로 19% 증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증가율 6%의 3배를 웃돈다. 제도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한 저신용자들의 카드 빚이 기하급수로 쌓였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통계청이 발표한 27개월 만의 국내총소득(GDI) 감소 추세로 보아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2003년 카드 대란 때보다 신용불량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대손충당금 확충과 복수카드 정보공유 범위 축소 등 어정쩡한 대책으로는 카드 대란 쓰나미를 막을 수 없다. 카드 남발과 돌려막기 등 가계부실 예방 차원에서 개인별 보유 가능한 신용카드 개수의 획기적 제한이 필요하다. 또한 무분별한 확장이 연쇄 금융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카드사별 또는 인별 대출한도 역시 제한해야 한다. 현재로선 카드회사별 월 대출한도를 정하는 충격요법도 불가피해 보인다. 카드론이 캐피탈ㆍ저축은행 등과 함께 저신용자들의 방어막 역할을 하려면 지금의 금리 수준은 너무 높다. 대기업들이 카드 사업으로 1조원 이상의 폭리를 취하는 것은 사회 정의에도 맞지 않다. 삼성, 현대차, 롯데, SK 등 대기업의 고리대금업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뿐이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도 대출금리 인하 등 카드사업을 통한 사회적 책무에 더 다가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