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날리며 투표 독려
물가·전세값 폭등에 분노
정부 비판 여론 주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경기도 분당의 한 학교 건물 앞에는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 전부터 몇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까지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한 손에 주민등록증, 다른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10분 늦게 출발하면 30분 넘게 지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죠”라고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들은 투표장 풍경이 담긴 셀카를 찍고 트위터에 올린 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을 향해 종종 걸음을 옮겼다.
이번 4ㆍ27 재보선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민심 이반으로 요약된다. 특히 전통적인 텃밭으로 분당을에서 승리를 예상했던 한나라당이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전셋값과 물가 폭등에 분노한 수도권 중산층과 직장인들의 성난 민심이 적극적인 투표로 이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아침잠을 줄였고, 막히는 퇴근길을 뚫고 투표장을 향했다.
이 같은 인증샷 놀이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평소 ‘소통 부재’, ‘4대강 반대’ 같은 반정부 성향의 단문을 넘어 “자고 일어나니 전셋값이 5000만원 올랐다”, “기름값 때문에 출퇴근이 겁난다” 같은 생활 채험에 기반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넘쳐났다. 특히 20대부터 40대 사이 젊은 넥타이부대의 비판 의식이 눈에 띄었다. 세금과 기름값, 전셋값이 특히 민감한 이들은 선거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현 정부 비판을 넘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형성해 나갔다.
회사에서 출근시간을 조정해 아침에 투표할 수 있었다는 한 30대 초반 여성은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꼭 한 표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들이 등교를 마친 점심시간 전후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주부들이 투표장에 대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역시 “하루가 다르게 오르기만 하는 물가와 전셋값이 걱정”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변화를 기대한다”는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시간대별 투표율에서도 이 같은 넥타이부대, 그리고 젊은 층의 분노와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