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회귀, 환승권개발 대세
뉴타운 해제 우린 뒷걸음질
글로벌 금융위기 3년은 세계 부동산 개발 패러다임을 바뀌놓고 있다. 새로운 주거, 신산업 공간 위주의 ‘공격지향’ 패턴이 기존 도시권을 재생하는 ‘수요대응형’으로 급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시권 회귀현상을 수용하기 위한 도심권 활성화 사업을 비롯해 대도시 외곽 환승역세권 개발, 대중교통 환승시설 보완 등 3대 개발이 글로벌 핵심 부동산 트렌드로 부상했다. 부동산 가치 하락, 개발 리스크 증가로 원거리 교외 개발 패턴이 줄어드는 대신 수요층이 몰리면서 선호도가 높아진 기존 도시권 개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기존 도심생활권으로 인구가 몰려드는 이른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근린추구형 개발붐이 거세다. 교외권의 출퇴근보다 교육 등 편익 인프라가 우수한 기존 도시 집중 현상이 가속화, 직주근접형 도심 주거단지 개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보스턴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워싱턴 등이 도심의 건폐율 축소와 고밀도 개발을 통한 쾌적주거지 조성 등 도심 재생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파리 역시 지난 2005년 인종폭동 이후 추진해온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계획을 전면 수정, 기존 도심 개발밀도를 대폭 올려 재개발하는 그랜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도시 외곽 환승역세권 개발 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출된 부동산 개발 트렌드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화두로 부상, 자동차 이용이 급격히 줄고 전철, 경전철, 버스 등의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대중교통 환승시설 개발(TODsㆍtransit oriented developments)이 세계 각 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철역(터미널) 주변의 역세권과 환승라인 중심축 중심의 복합개발이 러시를 이루는 추세다. 시애틀과 LA, 덴버는 철도 환승 시스템, 전철과 도심 내 보행공간 개발, 워싱턴DC는 포토맥 강 메트로철도 단지 개발을 추진, 경제회복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벤쿠버는 그린니스트 시티 2020을 발족, 환승권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 이스탄불, 아테네, 바르셀로나 등 구도시권은 유럽투자은행(EIB)을 중심으로 도시간 환승시설과 단지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도시개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침체와 불황극복의 탈출구 역할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세종시, 혁신도시 등 공격형 개발이 지속 추진되고 있다. 정치적 딜레마와 지역이기주의 탓이다. 90년대 난(亂)개발에 이어 유사 신도시, 복합단지가 전 국토에 우후죽순처럼 계획돼 과(過)개발에 따른 국토훼손이 우려스럽다. 32개 재개발예정구역 해제와 서울, 경기 뉴타운 추진 대상지역 취소 역시 글로벌 추세와 달리 도시재생사업 후퇴를 의미한다. 수요에 대응치 못하는 개발과 투자는 필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어 시장불안을 초래한다. 연목구어(緣木求魚)식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부동산 개발정책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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