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용,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외국학교 국내 교육기관 설립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제자리걸음이다. 의사ㆍ약사 등 해당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과 로비에 밀려 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정부가 엊그제 외국인 의료관광비자 발급 간소화와 주말 및 심야에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등의 ‘연내 추진’ 입장을 밝힌 것은 그나마 반걸음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현행법 안에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 개정 없는 부분 추진으로는 정책 실효성이 없다. 민생법안을 팽개친 채 정쟁에만 골몰하는 국회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과 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진료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경쟁력을 잘 살려 의료산업을 국제화하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 인도 등도 영리병원을 허용, 연간 수백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의료계 로비와 의료 양극화를 우려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막혀 요지부동이다. 갈등 끝에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우선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하기로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마저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누락됐다. 국가 미래 수입원으로 뻔한 길이 보이는데도 국회가 가로막고 앉아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학교 분교 등을 세우는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실 송금을 둘러싸고 ‘교육 상업화’를 우려하는 민주당 등의 반대와 해당 학교 관계자들의 로비로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국내에 해외 유명 대학들을 끌어들이면 천문학적 규모의 유학비용을 줄이고, 우리 대학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미국 뉴욕주립대, 조지아공대 등은 이미 한국 진출 의사를 적극 타진해왔다. 하지만 과실 송금을 허용하는 법 개정이 되지 않아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과실 송금 규모보다 절감되는 유학비용이 더 많다는 것만 따져봐도 해답은 간단하다.
올해는 이명박 정부 출범 4년차다. 내년에는 임기 마지막 해인 데다 총선과 대선이 겹쳐 있어 이익집단의 이해가 큰 문제를 다루기 쉽지 않다. 서비스 선진화 관련 법 개정을 올해 안으로 끝내지 않으면 전면 백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가 더 적극 나서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집단 이익에 끌려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