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ㆍ집중화 심화되면
사각지대도 늘어나
강남좌파 분당우파 논쟁이
시야를 넓히는 계기 마련
최근 시장구조 독과점화와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전 방위적 물가안정 노력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영업성과도 큰 격차를 보이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층의 불만이 커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구조적인가 하는 의문이 싹트고 있다.
어떻게 보면 1998년 폐지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가 2001년 부활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ㆍ15 경축사를 통해 ‘공정사회’를 집권 중후반기 핵심 국정운영 지표로 삼았다. 그리고는 2006년 완전히 철폐된 중소기업고유업종제도와 유사한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도입을 다시 검토한다든가, 계열사에 대해 일감을 몰아주는 부당지원행위 규제를 강화하겠다든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 등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과점구조가 고착된 산업의 경우 경쟁적인 산업에 비해 연구개발투자 비율이 낮고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으나 영업이익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동안 조금씩 나아지고 있던 우리나라 산업의 시장집중도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심화되고 있다. 산업별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출하액 가중평균 기준으로 보면 2006년 51.2%에서 2008년 55.3%로 상승했다.
또한 최근 발표된 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의하면, 재벌그룹의 계열사 수와 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대 그룹의 경우 계열사 수가 2008년 405개에서 2011년 617개로 5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고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영세 중소기업과 서민층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종교계에도 마찬가지 우려가 있다.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목적이 아닌, 나의 영광을 위한 교회 성장이 목적이 되어 많은 교회들이 표류하는 가운데 더욱 쇠퇴해지는 것 같습니다”라는 어느 개신교 목회자의 부활절 설교가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비드 플렛은 ‘래디컬’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설파한다. 과거 미국의 역사에서 감출 수 없는 사각지대가 노예제도였다면 오늘날 잘사는 나라 기독교의 사각지대는 ‘물질주의’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죄에 물든 인간의 본성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무시하고 싶은 것은 무시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한나라당이 참패한 4ㆍ27 재ㆍ보궐선거 직전 ‘강남 좌파’와 ‘분당 우파’라는 화두가 불거져 논쟁이 뜨거웠다. 어느 일간지 기사에서 “강남 좌파는 분배 같은 좌파의 가치를 외치면서 실제론 고급차를 타고 자신의 부는 결코 분배하지 않는 위선을 행하고 있다”고 비꼰다. 이에 상대방은 “나는 내 속의 ‘위선’과 ‘언행불일치’를 직시하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기계적 유물론자’라고 규정, 사고의 이중성을 꼬집는다.
그러나 상호 격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생산적 대화를 이끌어간다면 우리 사회에 발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스스로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사각지대를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좌파’ ‘우파’ 같은 지나치게 대립적인 이념구도를 탈피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견해를 표출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