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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임태희, 다음은 어디로 가나
‘4.27 쇼크’ 다음날 아침,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청와대 진용 개편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사실상의 사의표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긍정의 침묵’이라는 해석이 있다.

지난 1월에도 임 실장은 흔들렸다. 고교 선배인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낙마했을 때였다.

대통령은 임 실장의 방을 직접 찾아 “흔들리지 말고 일에 집중하라”고 격려했다.

이번엔 달랐다. 독대에서는 말이 없던 대통령은, 수석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청와대 직원들 가운데) 자기 볼일이 있는 사람은 5월 중 청와대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로써 임 실장의 거취는 선택이 아닌 시간의 문제가 된듯 하다.

대통령의 신임과는 무관하다. 미래 권력을 조기에 급부상시킨 재보선 결과의 부산물이다.

‘일하는 정부’의 소임을 맡은 임 실장에겐 어울리지 않는 정치지형이다.

‘동지’라기보다는 ‘연대’에 가까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정권 재창출에 관한 속 깊은 논의는 쉽지 않다.

임 실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원세훈 국정원장과 류우익 주중대사, 특보그룹인 이동관, 박형준 등 ‘왕의 남자’들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아는 사이’ 였다.

권익현 전 한나라당 고문의 사위인 그는 권 전 고문과 각별했던 이상득 의원의 추천으로 이 대통령의 지근거리를 확보했다. 이후 대선 후보 및 당선인 비서실장, 노동부 장관을 차례로 지내면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부의 ‘신(新) 실세’로 떠올랐다.

정통 경제관료(행시 24회) 출신으로 3선을 역임한 정치 경력과 신중한 성격, 입 무거운 처신은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이어졌다.

2009년 10월 중순에는 대통령의 특별지침을 받고 북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후반기 청와대의 국정 기조인 ‘공정사회’도 그의 구상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옷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력한 당정청 개편 시나리오(5월 개각, 6월 청와대 인사개편, 하반기 전당대회)에 따르면 그는 머지 않은 시기에 자리를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 차기 논쟁이 예열된 가운데, 관가와 정가를 두루 거치며 ‘스펙(외적 조건)’을 쌓아온 임 실장의 다음 행보도 관심사다.

카드는 셋 정도로 압축된다. 정권 말 관리형 총리, 총선 출마 후 분당 탈환, 경기도 지사 출마 순으로 점쳐진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자리는 ‘차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검증받는 첫 관문이 될 것이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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