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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음기 틀어놨나…90%가 ‘앵무새’ 발언
위기·쇄신…넘치는 동어반복

계파 해체 주장도 단골메뉴

공동대표 등 제안 비현실적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246호.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일 비장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다시 집결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모였던 ‘그 때 그 자리’다. 4월 재보선 참패 원인을 진단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고 모였지만, 연찬회는 1년 전의 녹음기를 다시 돌린 듯했다. 본지가 지난해 6월 연찬회 당시 자유토론에 나섰던 의원 26명의 발언록을 분석한 결과 2일 발언 내용과 90% 이상 겹쳤다.

▶ “동어반복 연찬회”=한 수도권 출신 의원은 연찬회장에서 잠시 나와 화장실을 가는 길에 기자와 만나 “쇄신이다 뭐다 작년이랑 똑같은 동어반복이 넘쳐난다”고 분위기를 전한 뒤 “그동안의 고질적 문제는 아예 인정을 하고, 내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게 현실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보선 패배 요인과 관련해서는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며 “당이 지금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정선 의원도 이날 자유발언을 통해 “항상 선거가 끝나면 똑같은 얘기가 반복된다는 것이 참으로 애석하다”고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성식 의원도 “해마다 쇄신 논의를 밀어붙인 중립파의 한 사람으로서 똑같은 지적을 했다는 문제의식을 갖는다”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7대 레퍼토리= ‘벼랑 끝 위기론’은 해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재보선을 통해 입성한 김태호 의원은 “국민의 성난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의원은 “지금은 당이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최경희 이원은 “응급실 환자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은 1년 전과 다르지 않다. 정미경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이라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구원투수론’을 펼쳤다.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은 메아리없는 땜질식 요구였다.

당내 친이(친이명박)ㆍ친박(친박근혜) 계파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단골 메뉴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이날 차라리 계파를 해체하는 것보다 계파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세대교체론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젊은대표론’을 중심으로 나왔고, 소통부재의 청와대 관계를 겨냥한 비판도 똑같았다. 심지어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연찬회를 이끈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도 흡사했다.

김 원내대표는 “치열하게 수습책을 마련하되, 단합된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을 반복했다.

▶‘절박한 아이디어’도 등장=다만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절박함’ 때문인지 다급한 주문도 나왔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별개다.

신지호 의원은 “힘있는 분이 당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당권ㆍ대권 분리규정 개정을 주장했다. 이군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이재오 장관의 당 공동대표 체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의원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관련해 정태근ㆍ김정권 의원 등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분리 선출을, 김세연ㆍ유일호 의원 등은 전(全) 당원 투표제를 각각 제안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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