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그룹을 둘러싼 임직원, 금융감독당국, 정치인,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가 놀랍다. 검찰 발표에 따른 은행 측과 대주주의 파렴치한 범죄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120개의 위장 법인을 세운 뒤 4조6000억원의 고객 돈을 빼돌려 골프장ㆍ납골당ㆍ선박 등에 마구잡이로 투자했고 채권이 부실화하면 임직원 친인척 명의의 신용대출로 돌려막았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 검토와 대출 심사는 엉성했고, 서민과 중소기업 간 자금 중개라는 본연의 임무는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그러면서도 분식회계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 우량 은행처럼 행세, 예금자들을 속였다.
그러면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배당금과 월급을 꼬박꼬박 챙겼고 심지어 대주주 개인 빚까지 은행이 대신 갚았다. 결국 은행이 거덜날 지경에 이르자 이번에는 본인과 친인척의 예금을 모두 빼내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였다. 특히 박연호 회장은 은행이 영업정지되는 와중에 자신 명의 부동산을 친구 앞으로 근저당 설정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그 피해는 예금자들이 떠 안아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고객 돈 2800억원은 고스란히 떼이게 됐다.
더 허탈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허술한 감독 체계다. 대주주가 10년 동안이나 고객 예금을 제 주머닛돈 쓰듯 했는데도 금융감독당국은 까마득히 몰랐다니 수상하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넉 달이나 상주하며 검사를 했는데도 비리를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주주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감시해야 할 감사는 되레 임원회의에 함께 참석, 내놓고 범죄를 공모했다. 금융기관 후순위채나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높은 이자 욕심에 그 이상 돈을 맡겨놓고 이제 와 돌려달라고 떼를 쓰는 예금자들도 문제다. 그렇다고 지역 여야 국회의원 14명은 고객 피해를 전액 보상해야 한다며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니 그야말로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다. 도덕적 해이의 종합판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제 감독기관으로 옮겨가고 있다.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특히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검사를 무력화한 것은 아닌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뼈를 깎는 자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성원 정신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퇴직 간부들의 금융사 감사 취임을 금지하겠다는 당연하고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늘 말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