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부산저축은행사태와 관련, "용서받지 못할 비리"라면서 금융감독원을 호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아지리에서 특별대책반(TF)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조직은 저축은행 불법 인출 사태에 대한 조사와 대응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제로베이스에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모색하는 대수술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청사를 전격 방문해 권혁세 금감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의 금융 비리 사건과 국내 저축은행에 대한 관리 감독 현황 등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공정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서 금감원이 과연 무엇을 했는가”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인 공정사회와 친서민 정책을 전면 부인하는 사건이 터진 데 대한 위기감과 당국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금감원이 어제오늘 한두 번 위기를 맞이했던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위원장은 똑같은 개혁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문제를 못 찾은 것인지, 안 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 10~20년 전부터 이런 관습은 눈에 보이지 않게 있었다. 그게 쌓여서 오늘 이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감원 간부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서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지적이 아니라 국민의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모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국실장급 특별교육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만큼 나도 분노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며 “이번 불법 비리 사태는 그 동안 금감원 내 오래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밝혀진 것이며, 이번에 깨끗이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퇴직 후 피감기관 감사로 이동하는 이른바 ‘낙하산 감사’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 후 다른자리를 준비하는 것은 나쁜 관행이며, 금융감독원이 비리를 방조하고 도와주기까지 하는건 문제”라며 “조직의 최대 위기라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조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함께 불법이 드러난 금융기관에 대한 엄정한 대응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저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금융감독기관 전반의 분발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금감원 방문은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김대기 경제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이 수행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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