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감세(減稅)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나라당 황우여 새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각각 2%포인트 추가 인하하는 기존 정책을 철회, 작년 세계잉여금 등과 합쳐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학생 등록금, 육아비, 소시민 주택에 지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나라당 친박계와 소장파는 물론 야당도 이에 동조, 실현 가능성은 높다. 이 같은 방향 선회는 4ㆍ27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자기반성의 결과다. 부자정권 오명을 씻으려는 시도인 것이다. 감세가 투자 활성화, 소비 증대,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종래 주장은 우리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재계는 감세 철회가 정책의 일관성 훼손, 경영 위축 등을 가져온다고 우려하나 그동안 투자를 기피한 채 덩치만 키운 대기업들이 할 말은 아니다. 사상 최대 사내유보율 1200%는 현금 보유량만 늘렸다는 방증이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면한 호화판 임직원 연봉과 성과급 잔치는 또 무엇을 뜻하는가. 여기에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편법 대물림과 고작 10% 선에 불과한 일부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감세 효과에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 양극화 주범인 소득세율 인하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내년 소수 야당 전락을 감수해야 한다. 감세 정책은 그동안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사회문제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생 안정과 복지정책 전환은 시급하다. 청년실업, 전세대란, 노후불안 대비는 시대적 사명이다.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국민에 두겠다는 황 원내대표 약속이 헛구호가 아니길 바란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감세 철회를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소득재분배 차원의 고소득자 증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감세 철회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 방지와 복지 전달체계 재정립은 따로 검토하면 된다. 정부와 청와대는 당내 ‘호루라기 정치’ 비판과 지지율의 하락 의미를 반추하기 바란다. 특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국민이 요구하는 민생 안정 시급성에 유념해야 한다. 감세 철회가 단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시늉내기에 그친다면 한나라당 미래는 암울하다. 진정성을 갖고 감세 철회를 반드시 추진, 성사시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