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이 핵 포기를 약속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이 되도록 중재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최근 남북 대화와 비핵화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점차 살아나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북한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도 관심이 지대하다.
하지만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실 김 위원장 초청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직후에도 이 대통령이 비슷한 제안을 했고, 북한은 ‘미국의 핵 정책’을 빌미로 즉각 거부했다. 이후 달라진 것도 없다. 더욱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독재체제 붕괴와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격 등으로 북한은 핵에 더 집착할 여지가 커졌다. 게다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민간인 포격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여전한 상태다.
‘김정일 서울 초청’이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북한의 반응은 없다. 작년의 즉각 거부 태도와는 다르다. 50여명의 각국 수반이 참석한 서울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 정세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되고 특히 어두운 불량국가 북한을 밝은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는 절대 호기가 된다. 이 대통령이 욕심을 낼 만하다. 그렇다고 떡 줄 생각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면 곤란하다. 임기가 다 돼간다고 북한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려는 성급함을 보여선 안 된다. 정치적 쇼와 한반도 비핵화,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사과는 별개 문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불신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우선 남북 간 상시 대화 채널부터 열어야 한다. 돌발적인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아울러 6자회담과 식량지원, 경제협력, 천안함·연평도 사과 논의 등 현안을 따로 떼 논의해 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서울 회의 참석을 전제로 한 통 큰 대화 요구를 해올 경우도 미리 상정해야 한다. 국제관계, 특히 남북관계는 돌발적인 가변성이 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