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감독 부실로 촉발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통령 지시로 민ㆍ관 합동 ‘금융감독혁신TF’가 출범했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 감독권은 아무 기관에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반성과 자숙은커녕 독점 감독권을 고수하려는 기관 이기주의가 실망스럽다. 이참에 금융조사의 단독검사권 확보에 연연하는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속내도 흉하다.
이번 사태 본질은 배타적 금융감독에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감사 추천과 사전 보직 세탁, 감독정보 유출, 금품 수수 등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검은 유착에 눈이 멀어 경영 감시, 건전성 확보, 소비자 보호 등은 뒷전이었다. 정책 실패와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도 정보를 독점한 금감원 말고는 금융 부실을 알 수가 없는 구조다. 감독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두 번의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수조사에서 갖가지 불법 대출과 회계 부정 사례는 분명 드러났을 것이다. ‘8ㆍ8 클럽’의 사후관리 부실 역시 눈 뜬 장님이었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인 금융감독체계는 경쟁구조가 바람직하다. 통합 감독체계의 장점은커녕 권한 집중으로 부패와 부실을 낳았다. 금감원의 독점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이를 막기 힘들다. ‘최종 대부자’인 한국은행에 금융시장 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긴급 대출 시 한은 단독으로라도 금융회사를 검사, 부실을 사전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예금자 보호 차원의 예금보험공사 사전 검사권 부여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때 한은, 금감원, 예보의 정보 공유 의무화는 감독 효율을 배가시킬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경쟁적 감독체계가 대세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회 구성은 난센스다. 거수기에 불과한 비상근 사외이사더러 대주주의 경영활동을 견제ㆍ감시하라는 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금융회사의 상근 감사는 철저히 외부인사가 맡게 해야 비리ㆍ배임ㆍ유착 유혹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감원 직원의 전관예우 금지에 더해 회계전문가 등의 복수 선임, 대주주와 경영진의 감사 선임권 배제, 성과연동제 보수와 사후 환급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전직 관료 및 감독당국 임직원의 ‘노후 부업’으로 전락한 금융회사 사외이사제를 과감히 철폐, 전면 개편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