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공정성을 현격히 잃어 전면 손질이 시급하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실직자는 이전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금융 배당 등 근로외 소득과 재산이 많은 부자 직장인은 적게 내는 구조라면 이만저만 모순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건보료 부과 체계가 딱 그렇다.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는 각자 근로소득만 따져 부과하고, 지역가입자는 임대ㆍ이자ㆍ배당 등 모든 소득과 보유 재산ㆍ자동차 등에 각각 보험료를 매겨 종합 산정하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생긴다.
가령 월급 400만원을 받고 중소형 아파트와 중형 승용차 한 대를 가진 직장인의 건보료는 10만원 정도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 실직하면 아파트와 차량 기준으로 보험료를 물려 20만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소득은 없어졌는데 건보료는 오히려 두 배 이상 더 내라면 그야말로 모순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130만명 중 64만명의 평균 건보료가 2.2배 뛰었다.
반면 의사ㆍ변호사ㆍ회계사ㆍ약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부담은 대폭 줄었다. 지난 2003년 근로소득자 5명 이하의 병·의원과 약국, 법률사무소 등도 직장가입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산과 기타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근로소득 기준으로 건보료를 납부하면 그만이다. 이에 따라 170만원의 건보료를 내던 한 의사는 30만원대로 5배 이상 줄기도 했다. 영세사업장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엉뚱한 부자 돕기에 나선 꼴이다.
열악한 건강보험 재정 개선을 위해서도 보험료 부과 체계를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개선해야 한다. 우선 지역과 직장으로 나눠진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직장가입자라도 근로소득 외 배당ㆍ임대ㆍ금융 등 기타 소득이 있으면 이를 합해 보험료를 더 물리는 것이 이치에 맞다. 개인 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마냥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달랑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 가진 무소득 은퇴자나 실직자가 두 배, 세 배의 건보료 폭탄을 맞는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하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직장가입자 자식에게 얹혀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한 고액 연금소득자는 부과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사회보장보험료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형평 논리와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