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여주인공과 달리
행복 어려운 왕실 며느리
막강한 영향력으로 사회봉사
자아성취 통해 행복해지길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으면 항상 행복했다. 우리의 예쁜 여주인공은 수많은 역경과 불행을 겪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멋진 왕자님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맺기 때문이다. 대표 인물은 바로 신데렐라. 계모와 의붓언니들의 구박과 갖은 계략에도 불구하고 오직 ‘신데렐라에게만 딱 맞는 유리구두’ 덕분에 왕자님을 다시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된다. 우리는 20세기에, 동화가 아닌 현실에서 ‘신데렐라가 된 여인’을 기억한다. 1981년 7월 뜨겁던 여름날,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차에서 내리며 수줍게 미소 짓던 다이애나 스펜서는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 왕이 될 남자를 만나 순식간에 귀족의 딸에서 ‘왕세자비’가 된 그녀는 청순하고 아름다웠고 모든 사람들에게 ‘동화가 실현된 듯한 느낌’을 선물했다.
하지만 동화책과 달리 그녀의 결혼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동화책과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아마 ‘왕자’가 아니었을까.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황급하게 사라진 신데렐라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화 속 왕자님과 달리, 열두 살 연상의 찰스 왕세자는 자신의 아내를 배려하거나 소중하게 여기기는커녕 다른 여인을 사랑했다. 다이애나는 15년간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속하다가 자신의 인생과 자유를 찾기 위해 ‘왕세자비’라는 자리를 버렸다. 하지만 이혼한 지 1년 만인 1997년, 36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해볼 겨를도 없이 6개월 만에 왕세자와 결혼한 것이 20세기 신데렐라에겐 ‘불행의 시작’이었다.
21세기에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평민 출신의 스물아홉 살 케이트 미들턴은 동갑내기 윌리엄 왕자와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왕세손비가 되었다. 케이트는 다이애나비와 비슷한 면을 가지면서도 ‘신세대 신데렐라’로서 완전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식에서 ‘순종 서약’ 대신 ‘사랑, 위로, 존중 서약’을 선택한 것은 다이애나비와 비슷했으나 그 외의 면에서는 많이 달랐다. 10년에 가까운 연애기간을 거치며 윌리엄 왕자에 대해 충분히 알고 결혼한 것, 유복한 가정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것, 그리고 충분한 사회활동을 하고 나서 결혼한 것 등이 다이애나비와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또한 결혼식을 올린 후에도 청바지를 입고 쇼핑몰에서 장을 보고 신혼살림은 시종이나 요리사 없이 단둘이 지내기로 하는 등 왕세손비는 더욱 자유롭고 활달하며 독립적이다. 파파라치에 대해서도 단지 싫어하거나 피하는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소송을 하고 배상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데렐라 행복은 왕자와의 결혼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세간의 지나친 관심, 파파라치의 끊임없는 추격, 그리고 왕실의 엄격한 법도 등 그녀의 행복지수를 낮출 요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가 얻는 것도 적지 않다. 영국 국민의 관심과 사랑, 나아가 전 세계인들의 관심은 그녀에게 대단한 힘을 부여한다. 그녀는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대열에 합류했다. 왕자와의 결혼으로 갖게 된 ‘영향력’을 사회봉사, 평화, 그리고 환경보호 등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활동에 사용한다면 그녀는 꽤 행복한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신데렐라 다이애나비와 확실하게 달라야 할 이유, 그녀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