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등이 지난 11일 마련한 ‘제1회 싱글맘의 날’ 행사의 메시지가 신선하다. 이날은 원래 입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입양의 날’이었지만 TRACK 등 일부 해외입양인 단체들이 올해부터는 ‘아기 엄마’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며 별도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어렵더라도 친엄마가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사회적 배려가 더 시급하다는 뜻이다.
갓난아기 때 네덜란드로 입양됐다는 알리스 프리커트 씨는 이날 “한국은 이제 가난한 나라가 아닌데 왜 해외 입양을 계속하나”고 반문한 뒤 “친부모의 돌봄이 먼저고, 해외 입양은 맨 마지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전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세계 15위권 경제강국이자 지난해 세계 주요 20국(G20) 회의를 주재한 의장국이라지만 여전히 ‘고아 수출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1000명의 어린아이가 해외 양부모를 찾아 비행기에 오른다. 그나마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국내 입양이 답보 상태로 돌아선 것은 유감이다. 프리커트 씨는 이런 우리의 입양 현실을 날카롭고 무겁게 질타하고 있다.
입양은 분명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실천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이에 배타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역시 지나친 혈연 중심 사회관습 때문인지 모른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국내 입양을 늘려 더 많은 아이에게 행복한 성장환경을 찾아주는 게 시급하다. 하지만 입양아들의 최상의 선택은 엄마 품에서 자라는 것이다.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평생 죄책감의 고통 속에서 살기보다 최소한 여건만 되면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은 것이다. 실제 한국여성정책원 조사에서 입양을 선택한 싱글맘 중 절반 이상이 그럴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제 입양 정책은 ‘입양을 늘리자’가 아닌 ‘한 명이라도 줄이자’로 바뀌어야 한다. 입양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 안전망과 복지 전달체계가 미비하다는 반증이다. 복지 차원에서 미혼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한 아동을 시설기관이나 대안가정에서 키우는 데 최소한 한 달에 1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생계가 곤란한 미혼모에 대한 양육비 지원은 불과 7만원이다. 맡겨진 아이에게 드는 비용의 절반만 아기 엄마에게 지원해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입양아 양산을 막을 수 있다. 입양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