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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7)파로호 최상류 “강변에서 귀농,전원생활…인생2막의 여유를 낚는다”
‘봄의 불청객’ 황사가 심술을 부린 5월 중순, 우리나라 최북단 지자체 중 하나인 강원도 양구군을 찾았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 양구읍 중심지에 도착하자 뿌연 하늘 빛 아래로 ‘국토의 중심, 자연의 중심’이라고 쓰인 현수막 글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현수막 글귀처럼 양구는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 화천, 인제, 고성군과 함께 DMZ 접경지대를 형성하고 있고, 남으로는 춘천과 접해있다. 아울러 뛰어난 청정 환경을 갖췄으니 당연히 ‘자연의 중심’이라고 내세울 만하다.

그러나 분단된 반쪽 국토의 수도인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첩첩산중의 강원도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한 양구는 ‘너무나 먼 곳’ 이다. 다행히 서울~춘천을 잇는 경춘고속도로가 지난 2009년에 개통되면서 서울~춘천~양구 간 물리적 거리는 147㎞로 가까워졌고, 시간거리도 평일 1시간40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들이 ‘전원주택지, 양구’에 관심을 가져볼만한 기본적인 조건(접근성)을 그나마 갖추게 된 것. 하지만 오지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양구의 전원 보금자리 터는 일단 양구읍을 중심으로 물색하는 게 좋다.

파로호 최상류 지역 위치도
파로호 최상류 지역 전경

아파트 주거와 인스턴트식 도시생활에 익숙한 도시사람들이 실제 전원생활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문제가 뭘까? 바로 무서움과 외로움이다. 물론 외따로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극히 소수일 뿐이다.

인구 2만1500여명에 불과한 양구군의 중심인 양구읍에는 군청을 비롯해 경찰서, 종합운동장, 문화복지센터, 시외버스터미널, 도서관, 보건소 등 생활 인프라가 두루 갖춰져 있다. 초·중·고 등 각급 학교도 물론 있다. 특히 양구군이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 방지와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300억원을 들여 지난해 개교한 강원외고는 자녀의 교육문제로 전원행을 망설이는 도시민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강원외고는 부지 2만9271㎡에 총 연면적 2만2110㎡ 규모의 6개 건물이 들어서있다.

한반도섬과 입구
강원외고 전경

무엇보다도 양구읍이 파로호 최상류에 위치한 수변지역이라는 점은 전원입지로서 갖는 최대 매력이다. 이곳 파로호 최상류는 인공습지(163만㎡)이다. 지난 2004년 조성사업이 시작돼 지난해 완료됐다. 덕분에 호숫가 주변의 땅 값은 많이 올랐다.

파로호(破虜湖· 면적 38.9㎢)는 이보다 훨씬 전인 지난 1938년 화천댐 건설로 인해 탄생했다. 화천과 양구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이 인공호수는 원래 화천호로 불리다가, 6·25전쟁 당시 화천전투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 명을 수장(水葬)한 곳이라 하여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라고 명명했다. 오랑캐를 무찌르고 사로잡은 호수라는 뜻이다.

양구선사박물관
강태공들이 즐겨찾는 월명낚시터

파로호 최상류 인공습지 조성 사업은 북한의 임남댐 건설로 파로호 유입수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생태계 파괴와 경관훼손이 심각해지자 친환경 생태도시를 만들고자 시작됐다. 특히 인공습지 한가운데 조성된 국내최대의 ‘한반도 섬(4만5000㎡)’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양구군 관계자는 “지난 2007년 공사에 들어간 한반도 섬은 양구가 국토의 정중앙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향후 통일 한국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구읍 일대에는 또한 선사박물관, 향토사료관, 양구명품관, 팔효자각, 박수근미술관 등 문화·역사·관광자원이 풍부하다.

양구읍 전원주택지로는 파로호 인공습지 주변이 첫손 꼽힌다. 즉 하리, 고대리, 공수리, 동수리가 그 곳이다. 파로호 조망 프리미엄과 호숫가 산책로, 그리고 양구 중심지의 각종 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현지 강원부동산중개사무소의 박용순 대표는 “이곳 호숫가 2차선 도로에 접해있는 계획관리지역 A급지는 3.3㎡(1평)당 30만원, 생산·보전관리지역 A급지는 20만원까지 부른다”고 알려줬다. 생각보다 비싸다. 하지만 저렴한 땅도 많다. 박 대표는 “멀리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관리지역은 10만원, 아예 골짜기로 더 들어가면 5만~6만원짜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마을로 알려진 고대리

장수마을로 알려진 고대리에는 양구군이 도시민 유치를 겨냥해 전원마을을 조성중이다. 지난해 타계한 ‘국민 코미디언’ 배삼용씨가 바로 이곳 공수리 출신이다.

양구읍 전원벨트를 좀 더 넓혀 보면 군량리와 상무룡리, 월명리까지 확장된다. 양구읍 중심지에서 조금 멀긴 하지만 파로호의 호젓한 풍광을 즐기기에는 되레 안성맞춤이다. 땅 값도 훨씬 저렴하다. 군량리의 경우 2차선도로에 접한 관리지역 땅이 10만원선, 농로길 옆 땅은 5만~6만원선이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군량리와 접한 상무룡리에는 고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있다고 한다.

월명낚시터로 유명한 월명리는 호젓한 데다 잉어 붕어 메기 쏘가리 등 각종 물고기의 입질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예 호수 위에 침실과 화장실, 조리실까지 갖춘 ‘좌대’까지 설치되어 있다. 호숫가 관리지역 땅은 3.3㎡(1평)당 20만~25만원까지 부른다. 외지 낚시꾼들을 상대로 식당, 민박, 펜션 등을 지어 장사를 할 수 있기에 가격 또한 비싼 편이다. 하지만 뒤로 좀 떨어진 곳은 5만~10만원이면 골라볼 수 있다. 이 곳 월명리에는 인기 연예인 이덕화씨 부친의 별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한반도의 배꼽’ 양구. 그러나 ‘아래동네’ 춘천과 서울을 바로 연결하는 경춘고속도로와 경춘복선전철이 연이어 개통되고, 동서고속화철도(춘천∼양구~인제~속초)도 추진되면서 ‘국토의 중심, 자연의 중심’ 양구는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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