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현장의 최고수인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계 경영계의 화두는 사랑받는 기업이다. 가히 전쟁 수준이다. 사랑받는 기업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몸부림에 가깝다. 100~200년 갈 듯했던 GM과 도요타, 포드 등이 품질 결함이나 뒤처진 감각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아 추락한 예는 사랑받는 기업의 위용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세상에 기업 불사(不死)의 법칙은 없다. 하지만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 착한 기업이 기업 영속성의 최우선 키워드란 점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글로벌 정글의 법칙에서 끝까지 생존할 최첨단 무기다. 많은 지구촌 소비자가 땡볕에 긴 줄을 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왕이면 착한 기업의 상품을 사준다. 그게 지금 시대상이다.
실제 그 위력은 대단하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기부는 전 세계인의 호감을 산다. MS가 독식과 소송 남발의 비난 속에서도 꿋꿋한 것은 창업주의 후광 때문이다. ‘2011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100대 글로벌기업’으로 뽑힌 프랑스 에너지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구 오지에 전깃불을 밝혀주는 빕밥(BipBop) 프로그램으로 지구촌 고객의 애정을 한몸에 얻고 있다.
굳이 해외 사례만 꼽을 필요는 없다. 이젠 일본과 미국 기업의 견제를 받는 입장에 놓인 자타공인 글로벌기업 삼성은 아프리카 사회봉사활동을 진행한 지 오래다. 인도 에이즈고아원에서 자원봉사를 마다않는 포스코 패밀리(POSCO Family)의 나눔경영에는 코끝 찡한 감동이 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히 ‘사랑받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리’는 기업의 기본 모토다. 아예 퍼주기만 하는 자선단체가 아니라면 남들보다 월등한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는 게 현재로선 정답이다.
그 지름길이 바로 ‘스파이스’(SPICEㆍSociety Partner Invester Customer Employment)다. 토털(Total)형 사랑받는 기업 경영론이다. 시소디아 벤트리대 교수의 저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를 통해 알려진 이 개념은 사회나 협력사(동반자), 투자자, 고객, 종업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개념에 ‘필(feel)’이 꽂혔다. 올 초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책을 읽으라고 권장했을 정도다.
헤럴드경제는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1012개 기업 대상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 기업의 73.5%는 자사의 사랑받는 기업을 향한 노력이 중간 이상(60점 이상 34.4%, 80점 이상 38.5%, 100점 0.6%)은 된다고 답했다. 이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나눔을 실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긍정적인 수치다. 특히 글로벌 사회공헌과 관련해 ‘실천 중’(24.0%), ‘실천할 것’(41.0%)이란 응답이 많은 것은 고무적이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스파이스’의 모범답안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헤럴드경제는 사랑받는 기업을 향해 뛰는 해외 유수 기업과 국내 기업의 현장을 찾아 특화 아이템을 소개하고, 이를 신성장동력에 어떻게 접목하는지를 샅샅이 해부하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비밀의 문인 스파이스를 함께 열어가는 것이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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