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은행 대형화 논의가 3년 만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금융 재매각 확정을 계기로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산은금융 상장-우리금융 합병 등의 구체 일정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 챔피언’ ‘금융계의 삼성전자’를 만들려는 산은금융 시도에 정부도 긍정적으로 평가, 과거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을 대표할 메가 뱅크 출현은 빠를수록 좋다.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의 최대 금융회사가 세계 톱5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세계 70위권 구멍가게 수준으로는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제때 지원하기 어렵고 후진적 금융기법에서의 탈피는 요원하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시장 진출은커녕 기업공개(IPO)ㆍ인수합병(M&A)ㆍ투자은행(IB) 등 국내 시장마저 외국계에 다 내주지 않았는가.
우리금융 등은 공적자금 회수 지연, 시스템 리스크 등을 우려하나 자금조달 다변화, 기업 및 투자금융의 일괄지원 효과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 지원 없이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캐나다로열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 등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의 최소매입 조건 완화는 공개경쟁 입찰 측면에서 특혜로 보기 어렵다. 또한 자율적 시장 규율과 창의성 보장, 민영화 로드맵 등을 보장한다면 정치적 간섭과 관치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구축과 금융전문가 육성은 국가경쟁력 향상의 전제인 금융개혁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시급하다.
대통령 측근인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대결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니까 더 메가 뱅크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덩치가 크다고 우리금융이 반대만 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기 바란다. 합병 주도권 다툼에 앞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먼저다.
아울러 메가 뱅크 설립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유보, 하나금융 인수를 어렵게 한 것은 유감이다. 과다 이익배당에 따른 국부 유출, 외환은행 경쟁력 약화 등을 눈감은 관료 보신주의의 전형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앞선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게 금융위는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