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필자의 회사는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았다. 1981년 외국계 증권사로는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함께해 왔다고 자부한다. 한국 금융시장이 지금과 같이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외 투자자 및 기업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에서 30주년을 맞은 날에는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업무상 한국의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면, 노무라(野村)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발표했던 ‘바이 코리아(Buy Korea)’ 보고서에 대한 호평을 아직도 종종 듣곤 한다. 이때마다 당시의 신념을 잊지 않기 위해 새롭게 마음을 다잡게 된다.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지난해에는 G20 의장국으로서 세계를 선도하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당시 국내외 100여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집결시킨 비즈니스 정상회의를 개최해 G20 참가국들과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으니, 한국의 ‘성인식’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만하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규제와 자본시장 존재방식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으며, 규제강화 정책 또한 잇따라 발표됐다. 2009년 2월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을 시행,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자통법은 당초 예정보다 다소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시장환경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현 시장에 맞는 규제 완화 및 강화 정책을 적절하게 추진해나갈 필요도 있을 것이다.
특히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해서는 생각해볼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키코 (KIKO)가, 그리고 최근에는 주식워런트증권(ELW)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파생상품은 좋지 못한 것’이라는 식으로 여겨지며 파생상품 자체가 나쁘다는 식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현물시장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다. 물론 파생상품의 특성은 레버리지를 적용하는 것이기에 그 손실이 현물시장보다 커질 수 있다. 현물시장보다 가격구성 요소가 많아 가격 투명성을 유지하기 어렵기도 하다. 키코 사태의 경우,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계약한 중소기업 모두가 상품에 대한 이해와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ELW의 스캘퍼(초단타매매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 공평성 측면에서 업자 간 유착관계가 있었다면, 이 역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스캘퍼를 전문투자자라고 한다면 시장 육성과 도덕성 형성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됐다는 지적 또한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파생상품은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매우 유용한 헤지 수단, 혹은 투자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시장을 육성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기관의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금융당국과 함께 시장참여자들이 지혜를 결집해 규제와 감시,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국 최초 외국계 증권사로서의 30년 역사를 기반으로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더욱 공헌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