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문제가 올 하반기 이후에도 시중은행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 중견 건설사들이 잇달아 나자빠지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실에 대비해 은행들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 규모가 지난 해 3분기(21조3000억원)에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4분기 18조6000억원으로 잠시 줄었다가 올해 1분기에는 다시 20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지난 해 3분기에 2.2%를 기록한 후 지난 1분기에 1.7%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리먼사태 이후 기간 동안의 평균인 1.6%보다 높은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의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38조7000억원에서 지난 1분기에 36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PF 부실채권 규모는 같은 기간 6조4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2000억원 증가했다. PF 부실채권 비율도 16.4%에서 18.1%로 다시 증가했다. 건설사들의 PF대출 부실문제가 불거진 이후 은행이 적극적으로 회수에 나서면서 총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용은 더욱 나빠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체 부실채권 중 부동산 PF 대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특히 저축은행의 PF 부실이 은행에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축은행 PF 대출 잔액 12조2000억원 중 부실채권 규모는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기금 3조5000억원으로 부실채권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시중은행들에게도 약 40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PF 대출 인수를 권고하고 있다.
7개 부실저축은행 매각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은행들로선 마이너스다. 현재 대다수 금융지주회사와 대기업계열의 보험회사, 증권사, 대형 대부업체 등이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 저축은행의 부실을 떠안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왔지만 인수할 만한 곳이 없는 걸로 결론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을 불러 건설사에 PF 대출 만기연장 등 자금지원을 당부했지만 추가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정부의 권고를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인마을’ 등 대표적인 부실 PF대출 사업장에서는 현재 은행들간에 손실을 줄이기 위한 피말리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