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권역 금융의 절대강자 대구은행이 17일 ‘DGB금융지주’로 재탄생함에 따라 ‘지방 금융권력’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15일 부산ㆍ경남권 금융의 수퍼파워 부산은행이 BS금융지주로 전환한지 한달여 만이다.
하춘수 DGB금융지주 초대 회장은 이날 창립 기념사에서 “자본금 1억5000만원에 점포 1개로 문을 열었던 대구은행이 숱한 난관을 극복하면서 총자산 33조원, 점포수 230개를 지닌 우량은행으로 발돋움했다”며 “DGB금융그룹이 신뢰와 사랑의 금융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3300여명 임직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이어 ‘총자산 100조원, 당기순이익 1조원, ROA 1%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는 2015년 중기 비전을 발표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지난해부터 줄곧 금융지주사 전환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한달여 시차가 났지만 출발점은 같다고 봐야 한다.
경영상태도 엇비슷하다.
BS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부산은행은 지난 1분기에 1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순익 1100억원 이상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시장 추정 올해 부산은행의 순이익은 3800억원 수준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담도 부산은행은 여느 시중은행들보다도 적은 편이다. 현재(3월말 기준) 부산은행의 부동산 PF 여신은 8286억원. 이 중 고정이하 여신은 239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 여신이 150억원 있으나 대손충당금 100%를 쌓아놓고 있다. 나머지 여신에 대해서도 특별히 문제가 될만한 PF 사업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구은행의 지난 1분기 순익은 1007억원.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순익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또 올 한해 약 3500억원 정도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7873억원(3월말 기준)에 이르는 부동산 PF 대출 중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3.7%로 주요 시중은행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대 지주사는 상대방 안방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부산진구 범천동과 사하구 하단동 등 2곳에 지점을 둔 대구은행은 조만간 기장군에 영업점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금융권력을 쟁취를 위한 하기 위한 BS금융지주-DGB금융지주 간 피 말리는 싸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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