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속 수출도 위기감
PF사태·가계부채 눈덩이
섣부른 금리정책 되레 禍
기준금리 동결 선택 불가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5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연말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대폭 낮아지고 있다. 외국환은행의 선물환포지션 추가 축소 방침이 나오자 더욱 확실해지는 분위기다. 연 3.0%인 기준금리를 3.75~4.0%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적게는 한 번, 많아야 두 번 올려 3.25~3.50%선으로 맞추리란 관측이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 중심 거시정책 방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금리 딜레마=금리 저축은행 문제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 가계부채 문제 등 금리를 건드리면 워낙 파장이 클 문제들이 산적해서 금리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이 가뜩이나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내수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 소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수 부진 속에 수출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등장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금리를 늦게 올려도 안 되지만 갑자기 인상해 경기를 위축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이 어렵다”며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를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수출을 지탱할 직접적 수단은 환율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가파른 원화강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놓고 표방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외국환은행의 단기 해외 차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화강세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이날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추가 축소를 결정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연말 기준금리 하향 전망 잇달아=1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연말 기준금리가 3.75%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3.50%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대외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는 시기에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패턴을 확인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통위가 앞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 정도 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3.25%로 유지한다고 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가 배경이 됐지만, 가파른 원화 강세를 막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며 “이는 정부 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