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발표한 ‘국제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평가’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3% 내외로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중장기 성장 추세를 의미한다.
4.3% 내외라는 잠재성장률은 장기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변화 등을 고려해 2010년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KDI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4% 중반이었지만 자본ㆍ총요소생산성의 성장률 기여도가 낮아지면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 금융위기 이후 4%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KDI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국제금융위기가 직접적으로 국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주요들은 금융시스템이 훼손되면서 경제위기 과정에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경제는 금융부문의 ‘시스템 리스크’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가 잠재성장률에 미친 영향이 일시적ㆍ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KDI는 그 근거로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24조5000억원)가 총여신 대비 1.86%에 불과해 금융위기의 일반적 기준인 ‘총여신의 10% 초과’에 비해 크게 낮은 점을 들었다.
KDI는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거시정책의 목표를 성장잠재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두면 물가안정과 재정건전성에 상당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KDI의 잠재성장률 추산치인 4.3% 내외보다 다소 높은 ‘5% 내외’로 설정해놓고 있다.
KDI는 “한국 경제가 2011~2012년 연 4.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잠재성장추세로 점차 근접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잠재성장률보다 높은수준의 경제성장을 장기간 추구하면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