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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한·미 FTA는 孫대표 리더십 리트머스
미국 행정부-의회 일정 순조

한국은 출발선에도 못서

비준지연에 기업경쟁력 급락

더 이상 정쟁은 국력낭비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엊그제 관훈토론회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은 다음 세대의 한ㆍ미 관계를 규정 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결승점이 코앞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한ㆍ미 FTA 비준 일정을 조율했으니 한국도 보조를 맞추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한때 난항을 거듭하던 미 상원 재무위는 얼마 전 한ㆍ미 FTA 청문회의 26일 개최를 확정했다. 쇠고기 협상 연계 전략도 론 커크 USTR 대표가 별도 처리 방침을 밝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백악관의 근로자지원프로그램(TAA) 연장 시도 역시 파나마ㆍ콜롬비아 FTA와 일괄 처리를 주장하는 공화당과의 샅바싸움으로 비쳐져 지금으로선 존 베이너 하원의장 공언대로 “8월 이전 비준”에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한국은 2007년 6월 협상 타결 4년이 지나도록 아직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고 있다. 결승점은커녕 출발선에도 서지 않았다. 한때 전기톱과 해머가 난무하는 우여곡절 끝에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했지만 양국 간 재협상에 협정문 오역 소동까지 겹쳐 없던 일이 됐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오류를 바로잡아 동의안을 다시 내면 6월 상임위, 하반기 본회의 처리 방침을 밝히나 야당 반대가 예사롭지 않다.

한ㆍ미 FTA 조기 비준의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출 증대-일자리 창출-물가 안정-소득 증대 등의 숫자놀음을 하자는 게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나라가 FTA를 외면하면 국제 미아 전락은 시간문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칠레 싱가포르 EFTA ASEAN 인도 등 5건 16개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의 FTA 교역비중은 14.8%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49.2%의 3분의 1 수준으로 10대 교역국 가운데 가장 낮다. 역내 비중이 높은 독일과 프랑스는 70%가 넘고, 미국은 34.1%, 중국 일본마저 각각 19.2%, 16.5%로 우리를 앞지른다. 여기에 글로벌 제조기지인 멕시코와 폴란드는 80%, 태국 베트남 터키의 FTA 교역비중이 50%를 웃도는 판에 한국은 영락없이 FTA 후진국이다. 우리 기업이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관세를 부담하며 수출한다는 뜻으로, 계속되면 글로벌 경쟁력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그나마 우리는 FTA에 일찍 눈을 떴다. 오는 7월 발효를 앞둔 EU, 협상이 타결된 미국 페루, 현재 진행 중인 캐나나 멕시코 GCC 호주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 FTA 등이 모두 이행되면 세계 평균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 특히 한ㆍ미 FTA는 중국 일본을 따돌릴 시장선점 효과 말고도 정치ㆍ외교ㆍ군사 협력을 무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념 투쟁으로 변질된 민주당 어깃장은 너무 심하다. 특히 집권당이었던 노무현 정부 때 타결한 FTA를 국익 차원에서 반대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재협상에서 자동차 분야 이익균형이 무너졌다고 하나 업계는 오히려 환영하고 있고, 비준 찬성 국민도 60%가 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공연한 정쟁거리로 삼아 당내 주도권 싸움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럴수록 유력 대권주자인 손학규 대표는 소아병적인 야권연대에 얽매이지 말고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잠재적 경쟁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보다 지연ㆍ학연 등에서 우위에 있는 손 대표가 한ㆍ미 FTA에 발목이 잡혀 내년 대사를 그르치지 않았으면 한다. 정통 경제관료로 참여정부에서 경제,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김진표 원내대표의 재재협상 요구도 본심이 아닐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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