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상 중인 가계대출 종합대책의 윤곽이 보인다. 현대 가계 부채의 최대문제는 과도하게 늘어난 부채 규모, 특정 대출상품에 집중된 쏠림현상, 저소득층 이자부담 증가 등이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계의 유동성을 축소하고 부채 상환능력을 높이기 위한 대출 건전성 지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정부는 ▷급격히 줄어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고 ▷금융기관 자율에 맡긴 거치기간 연장을 축소하고, 거치 기간이 없는 대출상품으로 대출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공급을 제한하는 ‘창구지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직접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이런 대책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듯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신규 취급액 기준)은 지난 1월 11.7%에서 2월 11.2%, 3월 10.3%로 낮아지는 추세다. 올 1월과 3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부담 우려가 커졌음에도 고정금리 대출이 줄었다는 건 의아하다.
반면 코픽스(COFIX) 연동 대출은 1월에 58.1%, 2월 60.2%, 3월 63.7%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CD(양도성예금증서) 연동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4.5%, 24.1%, 22.3%로 낮아졌다. 지난달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은 436조6000억원으로 통계 집계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9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29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유도하면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악화된다. 고정금리 대출이 증가하는 만큼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우상호 애널리스트는 “고정금리 대출이 10% 증가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9bp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 은행들의 대출 성장률은 4% 이상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4.5%)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곳은 KB, 하나, 신한, 외환, 우리은행 순이다. 최근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기업은행은 이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은행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뿐에 이어 거시 경제 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지금보다도 더 빨라져 이자비용에 대한 가계의 인내 수준이 한계에 도달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의 채무부담 증가→가계 건전성 악화→주택매물 증가→자산가치 하락→채무부담 한계 봉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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