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friendly) 정책기조가 변함이 없다고 판단한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끝난 후 마련된 브리핑에 이렇게 말하자 기자회견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경련이 최근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정부에 대해 쓴 소리를 할 것으로 기대했던 탓에, 참석한 관계자들 조차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주주인 국민의 이익을 최대로 하기 위해 주주권을 행사한다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해 마치 청와대 대변인이 말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반면에 정 부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와 연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경련이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총수문화 개선 발언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을사(乙死) 조약’ 발언이 나올 만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무겁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모인 재계 총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탓에 말을 아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기업들의 대정부 대화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이익단체다. 회원사들은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기조가 실종됐다며 힘들어하고 있는데 전경련이 되레 귀를 닫고 정부에 대해 낮은 자세로 정부 입장까지 옹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들은 정부에 대해 전경련이 ‘목숨 걸고 총대 매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정부의 비합리적인 대기업 때리기나 반시장적인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바랄 뿐이다.
이날처럼 회장단이 모여 밥이나 먹으며 정부의 구미에 맞는 합의문이나 발표하려면 굳이 기업 경영에 눈코 뜰새 없는 회장들을 한자리에 모을 필요도 없다. 전경련이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신소연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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